추석 보너스는 급히 쓸 곳이 없다면 연금저축이나 개인퇴직연금(IRP) 계좌에 넣는 게 최선이다. 상여금 외 여윳돈이 있다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배당주에 투자하거나 최근 뜨고 있는 공모형 메자닌 상품(주식과 채권 특성을 동시에 지닌 상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봄 직하다. 국민일보가 추석을 맞아 국내 증권사 11곳의 프라이빗뱅커(PB) 24명에게 추석 이후 재테크 전략에 대해 물어봤더니 이 같은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연금저축·IRP에 넣어 세금환급 노려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추석 상여금 지급액 평균이 102만7000원이라고 밝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기업의 추석 상여금 평균은 138만원, 중소기업은 56만원 수준이다. 높은 수익을 노리고 어딘가에 투자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액수다.
PB들 대부분은 추석 상여금을 묻어둘 투자처로 연금저축과 IRP 계좌를 지목했다. 올해 연말정산부터 세액공제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양재지점 박은정 과장은 “기존 연금저축은 연간 400만원 한도로 13.2%(52만8000원)를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IRP 계좌로 추가 300만원까지 세액공제(총 납입액 700만원 기준 92만4000원)를 받게 돼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립식 랩 어카운트도 상여금을 넣을 만한 곳으로 꼽힌다. 주식·채권·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묶어 관리하는 랩 어카운트는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찾는 상품으로 여겨졌으나 적립식 랩은 문턱을 크게 낮췄다.
미래에셋증권 미금역지점 임근택 수석웰스매니저는 “우리 회사의 적립식 랩 상품 최소 적립 금액은 월 20만원으로 작은 부담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상여금을 가치주·배당주 펀드에 투자하거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목동지점 박말순 PB는 “시장 변동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대형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를 추천했다. 현대증권 대치WMC 배상덕 부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수시 입출금도 가능한 CMA가 단기 여유자금의 투자처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목돈은 지수형 ELS·공모형 메자닌 펀드·배당주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럴 때는 공격적인 성향의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해 ‘시중금리+알파(α)’에 만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는 지수형 ELS가 첫손으로 꼽힌다. 삼성증권 압구정지점 박상진 차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수가 하락해 지수형 ELS에 투자하기에 좋은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조은철 PB도 “시장이 바닥권이라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다”며 “1000만∼1500만원 정도의 목돈이 있다면 지수형 ELS에 넣으라”고 권했다.
불안한 시황 속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메자닌(Mezzanine)도 각광받고 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금융시장에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처럼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상품을 가리킨다. 메자닌 상품은 그동안 폐쇄형 사모펀드로만 출시되다가 최근 들어 공모형으로 잇따라 나오면서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신한금융투자 강릉지점 윤두수 PB는 “메자닌 상품은 평소에는 안정적으로 채권 수익을 거두다가 좋은 기회가 보일 때 주식으로 전환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도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상이다. 대우증권 조은철 PB는 “내년 초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인 호텔롯데와 세금 혜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소득세 대상자가 연내 가입하면 세금 혜택을 받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이후 대체로 두 자릿수의 1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배당주와 배당주 펀드, 달러자산 투자 펀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와 재형저축 등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배당주는 월별 수익률을 따져보면 9월이 가장 부진하고 10월이 가장 좋아 9월 말∼10월 초가 투자의 적기로 꼽힌다.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 이순남 센터장은 “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2017년까지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은 올해 말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절세 상품이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명절 용돈으로 자녀에게 금융교육
명절에 아이들이 받는 용돈으로 경제 교육을 해보는 건 어떨까. 명절 용돈은 아이에게 맡기기엔 적지 않은 액수이고, 또 계획 없이 쓰다 씀씀이만 커질 것이 걱정된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에게 저축의 유용성이나 어린이를 위한 보험을 소개하면서 금융지식을 쌓게 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어린 자녀의 대학등록금이나 유학자금을 긴 호흡으로 마련하고 싶다면 어린이 저축보험이 적당하다. 저축보험은 연복리가 적용돼 장기 저축 시 유리하고, 금리 상황이 나빠져도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돼 안정적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도 면제된다.
보험은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싸다.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인터넷보험은 설계사 수수료나 점포 운영비 등 중간 유통 비용이 안 들어 보험료가 합리적이고 은행 금리보다 통상 1∼2% 포인트 정도 높은 공시이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공시이율은 은행으로 치면 예·적금 금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시이율이 올라가면 만기 환급금은 그만큼 많아진다.
연금보험도 어린이들이 가입할 수 있다. 어릴 때 연금보험에 들면 장기투자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보험료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어린이 연금보험은 보통 1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연금 개시 나이는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다.
자녀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보장성보험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보험사의 어린이 보장성보험은 월 1만원 미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한가위 재테크] 추석 상여금, 연말정산 세액공제 노려 투자하세요
입력 2015-09-2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