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영화의 바다에 빠져들어 낭만과 사색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1일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올해 초청작은 75개국 304편이다. 해운대 메가박스,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남포동 부산극장 등 6개 극장 41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손짓하고 있다.
개·폐막작은 이미 매진됐다. 중국 모제스 싱 감독의 개막작 ‘주바안’은 예매 시작 1분31초 만에, 인도 래리 양 감독의 폐막작 ‘산이 울다’는 2분53초 만에 티켓이 전부 팔렸다. ‘주바안’은 역경 끝에 성공의 문턱에 이르러 회의감을 느끼는 젊은이의 초상을 그렸다. ‘산이 울다’는 사실주의 연출 스타일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인도 뉴시네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섹션별로 볼만한 영화가 즐비하다. 동시대 거장감독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6편이 소개된다. 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은 올해 세계영화계가 가장 기대했던 작품 중 한 편이다. 기존 무협영화의 틀을 깨는 영상미학을 선보인다. 프랑스 거장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신작 ‘남과 여’는 인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랑과 모험이 펼쳐진다.
비아시아권 거장과 중견 작가들의 영화를 선사하는 보이는 ‘월드 시네마’에는 50편이 소개된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을 비롯해 사랑의 찬가인 이탈리아 마르코 벨 로키오 감독의 ‘나의 혈육’이 주목할 만하다. 배우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의 연기가 볼만한 이탈리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아시아영화의 흐름을 폭넓고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아시아 영화의 창’에는 52편이 초청됐다. 중국 차이밍량 감독의 ‘오후’는 감독과 배우의 고뇌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영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파키스탄 자미 마흐무드 감독의 ‘어머니의 기차역’, 스리랑카 프라사나 자야코디 감독의 ‘표범은 물지 않는다’는 첫선을 보이는 감독들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아시아 감독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 섹션에는 8편이 상영된다.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서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화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결혼식을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흥겹게 이야기하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호두나무’(카자흐스탄), 억압받는 문화를 지키려다 비극을 맞이하는 샤흐람 알리디 감독의 ‘검은 말의 기억’(이란)이 흥미롭다.
비아시아권 영화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플래시 포워드’에는 해외 유수 영화제 수상작 등 30편이 포진됐다.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상가일레의 여름’(리투아니아), 칸영화제 특별상영작 ‘파나마’(세르비아),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감독상 ‘아빠’(코소보·마케도니아),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수상작 ‘군집 본능’(스웨덴)이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영화도 대거 선보인다. 조재현이 주인공을 맡은 전수일 감독의 ‘파리의 한국남자’, 역시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상영된다. 한국 갱스터 영화의 출발점인 이상언 감독의 ‘현금은 내 것이다’, 공포영화의 시작인 이용민 감독의 ‘살인마’는 ‘1960년대 한국영화 걸작’에서 상영된다. 배우 문소리의 단편도 관객들을 찾아간다.
야외상영의 ‘오픈 시네마’에는 인도 라자물리 스리 사이랄스리 감독의 액션 판타지 ‘전사 바후발리’와 중국 라만 후이 감독의 판타지 ‘몬스터 헌트’ 등 자국에서 흥행한 영화가 초청됐다. 대만 첸유샨 감독의 멜로드라마 ‘나의 소녀시대’도 볼만하다. 프랑스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도 감동을 선사한다.
이밖에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여름의 조각들’,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벨아미’ 등 프랑스 영화 10편이 소개되는 특별전, 일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극장령’과 미국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더 비지트’은 심야극장 섹션인 ‘미드나잇 패션’에서 선보인다. 상영작과 예매 등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biff.kr)를 통해 알 수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스무살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75개국 영화 ‘304편’ 부산 가을밤 달군다
입력 2015-09-30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