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 소위 ‘문재인 후보 5대 불가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골자는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 19대 총선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 친노 패권주의가 우려된다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 등이다. 새누리당 쪽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야당 취약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이런 주장을 폈다.
조 의원은 ‘원조 친노’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 그랬던 그가 오래 전부터 친노 좌장인 ‘문재인 저격수’가 됐다. 최근까지도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당의 제1과제는 패권화돼 있는 친노 강경파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했고, 4·29 재보선에서 완패했을 땐 문 대표 퇴진론을 꺼내들었다. 독설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그는 문 대표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2010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때 친노그룹이 조 의원이 아닌 다른 친노 인사를 지지한 것이 관계 악화의 계기라고 한다.
문 대표와 측근들은 ‘무시 전략’을 썼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인내심의 임계점에 이른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23일 조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에 요구하자 당 윤리심판원이 내달 21일 조 의원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혁신안의 중앙위 처리 과정에서 “패권화 세력의 집단 광기를 보았다”는 등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 의원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발끈한 상태다. 기자회견을 갖고 “마음에 드는 패거리들만 같이 당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당 추진 인사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대표와 전격적으로 화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문 대표와 한 지붕 밑에서 생활하기가 점점 불가능해져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헤어진 뒤에는 어떨까. 모르긴 해도, 조 의원은 문 대표 저격수 역할에 일로매진하지 않을까 싶다. 참 질긴 악연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한마당-김진홍] ‘문재인 저격수’ 조경태 의원
입력 2015-09-26 00:10 수정 2015-09-26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