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고질적인 순례객들의 대규모 압사 사고가 24일(현지시간) 다시 발생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1일에도 압사 사고를 막기 위한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무너져 순례객 등 11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로부터 5㎞ 떨어진 미나(Mina)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최소 717명이 숨지고 805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이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인들과 구조대원들은 아수라장으로 변한 사고 현장 바닥 곳곳에 쓰러진 부상자들을 옮기거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다. 바닥에는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 수백명이 서로 엉켜 있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2일 시작된 하지 행사에서 이슬람교도 수십만명이 하지의 핵심 이벤트 중 하나인 미나의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가하던 중 한꺼번이 사람들이 몰리면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지는 하지 참가를 위해 메카에 온 16만명 이상의 순례객이 텐트에서 숙박하던 곳이다. 사우디 당국이 돌기둥 주변의 길을 막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동안 하지 과정에서 압사 사고는 자주 발생해 왔다. 2006년 1월에도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 치러지는 과정에 압사 사고로 362명이 숨졌다. 2004년엔 순례객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졌다. 1990년에도 순례객 1426명이 숨진 압사 사건이 발생했다.
성지순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5가지 기둥(실천영역) 중 하나로 이슬람교도는 평생 한 번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성지순례는 메카의 카바 신전 가운데 있는 성석에 입을 맞춘 뒤 주위를 반시계방향으로 7바퀴 도는 행사로 시작된다. 이후 메카를 떠나 미나 계곡으로 옮겨 텐트를 짓고 기도를 하면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정오 아라파트(에덴동산) 평원으로 옮겨 기도하면서 일몰을 맞이하고 무즈달리파에서 자갈 7개를 주워 미나 계곡으로 돌아와 마귀 또는 사탄을 의미하는 기둥에 이 자갈을 던지며 성지순례가 절정에 이른다. 하지가 마무리될 때 양을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가 치러진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성지순례에 사우디 국내외에서 이슬람교도 200만명 정도가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1일 그랜드 모스크 증축 공사에 이어 13일 만에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슬람 종주국으로서의 사우디 위상도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특히 하지에는 해외의 이슬람교도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사우디가 ‘손님맞이’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당장 사고에서 43명의 자국민이 사망한 이란은 “사우디가 순례객 통제를 잘못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칼레드 알팔리 보건장관은 “순례객들이 시간표를 지키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순례객들의 탓으로 돌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순례객들 뒤엉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사우디 또 초대형 압사 사고
입력 2015-09-25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