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처럼 ‘열려라 참깨’ 외치면 중국의 문 열릴 것”

입력 2015-09-25 03:52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간)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에버렛 공장에서 에어차이나 여객기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미에 맞춰 중국은 380억 달러(약 45조3264억원) 규모의 여객기 300대를 주문했고 보잉은 이에 화답해 중국에 새 조립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미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의 상품 수입규모를 10조 달러 이상으로, 대외투자를 5000억 달러 이상으로 각각 늘리고 중국인 해외관광객도 연인원 5억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 싱크탱크인 폴슨연구소가 주최한 중·미 기업가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주문처럼 ‘열려라 참깨’를 외치면 중국의 문이 열릴 것이고 한번 열린 문은 닫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잉, 300대 주문에 “조립공장은 중국에”=시 주석의 방미에 맞춰 중국은 380억 달러(약 45조3264억원) 규모의 여객기 300대를 주문하는 등 양국의 경협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중국의 여객기 주문에 화답해 보잉사는 조립공장을 중국에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보잉사는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의 새 항공기 수요가 6330대, 9500억 달러(약 1133조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중국의 인터넷 검색 업체인 바이두와 제휴했다. 윈도10에 도입된 새 브라우저 ‘에지’에서 바이두를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로 채택했고, 바이두는 윈도10의 중국 내 보급에 협력하기로 했다.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미 USA투데이 기고문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미·중 간 무역 규모와 투자 규모를 각각 2배로 늘려 2024년 미·중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55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에 미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트 트럼프는 보잉사의 중국 투자가 미국 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금속노조도 일감이 줄어든다며 반발했다.

시 주석은 시애틀 남부 타코마시의 링컨 고교를 방문해 추억을 더듬기도 했다. 그는 푸젠성 푸저우시 당서기였던 1993년에 이 학교를 다녀간 적이 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은 이 학교 미식축구부 학생들의 연습을 지켜본 뒤 “40여년 전 미·중 관계를 열었던 핑퐁 외교의 정신을 이어가 달라. 그 탁구공은 지금 여러분의 미식축구공보다 훨씬 작았다”고 말했다.

◇반체제 인사 석방 요구 등 인권시비 재연=시 주석의 방미 기간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12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류사오보(59) 석방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류사오보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대표적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다. 2009년 국가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83) 명예대주교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중국민주교육기금회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반체제 여성 언론인 가오위(71)와 재판 없이 16개월째 구금돼 있는 인권 변호사 푸즈창(50)을 ‘중국의 걸출한 민주인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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