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콜롬비아 내전, 마침내 끝을 향해… 두 지도자 쿠바서 첫 회담

입력 2015-09-25 17:13 수정 2015-09-25 03:33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왼쪽)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가 23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가운데)의 중재하에 내년 3월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1년간 지속돼 온 콜롬비아 내전이 완전 종식될 날이 멀지 않았다. 쿠바 아바나를 방문한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와 만나 내년 3월까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콜롬비아리포트 등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산토스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기에 앞서 아바나를 긴급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배석한 가운데 ‘티모셴코’로 불리는 반군 지도자 론도뇨와 회동을 가진 뒤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정부 측과 FARC의 평화협상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대면하고 악수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그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반군의 내전 범죄 처벌 등에 관해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리포트는 “대량학살과 전쟁범죄, 성범죄 등에 관여된 것으로 인정되면 5년에서 8년에 이르는 구속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군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2개월 이내에 무장을 완전히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론도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향후 6개월 이내에 평화협정을 도출할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약속한 기한보다 앞당겨 성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64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한 민족해방군(ELN), 1966년 콜롬비아 공산당 산하 무력부로 출범한 FARC 등 양대 반군이 결성된 이래 콜롬비아는 현재까지 2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난민을 촉발한 기나긴 내전을 겪고 있다. 반군들은 고질적인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연계해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외국인 납치와 군경 습격 등으로 막대한 희생을 초래했다. 1990년대 절정에 달했던 반군 활동은 2000년대 ELN의 쇠락, 2012년 정부와 FARC 간의 평화협상 개시 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깜짝 발표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각종 국제 분쟁 해소의 ‘조력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교황이 이번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산토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번 평화협상과 교황의 막후 역할 등에 대해 어떤 히스토리를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