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前 KT 회장 1심 무죄… 법원 “배임 고의·횡령의사 없어”

입력 2015-09-25 02:07
13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70) 전 KT 회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횡령·배임죄 적용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KT 사옥 등을 3차례 압수수색하고 이 전 회장을 4차례나 소환하며 ‘먼지떨이’ 수사를 벌였던 검찰은 ‘표적수사’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횡령·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 사용에 불법영득의사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자신의 친척이 설립에 참여한 ㈜OIC랭귀지비주얼 등 벤처업체 3곳의 주식을 KT가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사도록 해 103억5000만원의 손해를 발생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회사 임원에게 지급되는 활동비 27억5000만원 중 11억7000만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내부 논의와 외부 컨설팅 등을 거친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 배임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이 전임 회장들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비서실 운영자금,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비자금을 순수하게 개인적 지출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3년 10월 KT 본사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이명박정부 때 선임된 이 전 회장을 겨냥한 수사라는 해석이 제기됐고, 이 전 회장은 그해 11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