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경영승계 탄력… 현대重이 보유한 현대차 316만株 매입

입력 2015-09-25 02:14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매입했다. 정 부회장은 24일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사들였다. 주당 가격은 현대차 종가인 15만8000원이었고, 전체 매매대금은 4999억9890만원이다. 정 부회장은 기존 보유 주식 6445주(보통주 기준)와 이날 매입한 316만4550주를 더해 총 317만995주(1.44%)의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현대차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은 현대모비스(20.78%), 국민연금(7.22%), 정몽구 회장(5.17%)뿐이다. 정 부회장은 이번 주식 매입을 통해 현대차의 2대 개인주주가 됐다.

거래는 현대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차그룹에 주식 매각 의사를 비치면서 진행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포스코, KCC 등 우량 주식들을 계속 매각해 왔다.

현대차그룹 측은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승계 구도와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호 지분인 현대중공업 보유 현대차 지분이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현대차의 안정적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지분이 시장에서 매각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정 부회장이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정몽구 회장의 유일한 후계자인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인수는 승계 작업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커 보인다. 현대차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어쨌든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이 1주도 없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1.74%, 23.29%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승계 구도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들이 거론된다. 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