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원산지 표시가 안 돼 있네요.”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하나로클럽 서대문점의 축산 코너.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냉장창고에서 원산지 표시가 안 된 육류를 꺼내들었다. 가운을 입은 사람은 먹을거리 현장 점검에 나선 농협식품연구원 유지민 연구원(31·여).
“추석 때문에 바빠서 아직 못했어요. 바로 표시해놓겠습니다.”
매장 직원은 겸연쩍어하며 답했다. 유 연구원은 사진을 찍으면서 “포장한 뒤에는 바로 원산지 표시를 붙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석음식을 장만하러 온 주부들로 붐비는 매장 안에 흰 가운을 입은 점검원 두 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청과물 코너에서는 망에 든 배추 더미를 뒤적이며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고사리, 호박 등 채소의 포장 상태, 원산지 표시 여부도 살폈다.
농협에서는 매주 수요일이 ‘식품안전 점검의 날’이다. 매주 수요일 전국 3500여개 매장에서 이런 점검이 이뤄진다. 점검단의 손에 들린 점검표에는 원산지 증명서가 있는지, 원산지 표시가 올바른지, 친환경 여부 등 농산물 표시 사항이 잘 기재돼 있는지 같은 15개 항목이 적혀 있다. 보통은 해당 매장 직원들이 직접 확인하지만 분기에 한 번 정도 연구원 소속 전문가들이 출동한다.
명절이 코앞이라 발 디딜 틈 없는 매장 안에서도 점검은 꼼꼼하게 이뤄졌다. 이날 출동한 두 명의 점검팀이 축산 코너를 찾자 매장 직원이 익숙한 듯 서류 두 개를 건넸다. 교육일지와 자체 위생점검표였다. 서류를 살펴본 점검팀은 매장 뒤편 냉장창고에 들어가 아직 원산지 표시가 안 된 제품을 찾아냈다.
유 연구원은 “점검하는 목적은 잘못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식품을 꼼꼼하게 관리하도록 고치려는 것”이라며 “매장에서는 지적받은 내용을 즉시 개선해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우리는 고쳐진 점을 ‘비포-애프터’ 사진으로 정리해 최종 보고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점검 대상은 농축산물뿐만이 아니다. 점검팀은 농협이 판매하는 가공식품의 원산지 표기가 정확한지, 냉장·냉동식품은 보관 온도가 적절한지도 확인한다. 원산지 관리와 유통기한, 보관온도 등 매장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허점이 발견되면 특히 민감하다. 김효정 연구원(28·여)은 “중소기업 제품은 표기가 제대로 안 된 경우가 종종 있다”며 “발견되면 해당 업체에 시정을 요구하고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점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제품 입고 전 모든 업체로부터 제품의 원산지 등 표기 사항을 확인해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입점을 막고 있지만 매장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있다.
햇곡식을 찾는 추석 시즌이라 식품 점검은 더 엄격하게 이뤄진다. 농협은 추석명절 식품안전 관리를 위한 특별상황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 물류센터에 들어올 때 샘플 검사를 실시했지만 추석 상차림에 오를 각종 나물과 고춧가루, 참기름, 한과, 건어물 등은 매장에서 다시 무작위로 수거해 잔류농약과 유해물질 검사를 실시한다. 농협 식품지원부 이승자 과장은 “자체 점검을 강화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구·군청 등 외부 단속에 걸리는 일이 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한가위 농축산물 안전지킴이] 암행어사 출두요!
입력 2015-09-26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