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되면서 관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입제도의 변화로 모아지고 있다. 새 교육과정은 문·이과 경계를 허무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새 교육과정이 반영된 대입제도의 변화 폭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중학교 1학년생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은 어떤 모습일까.
◇‘문·이과 통합 수능’ 어떤 과목을 치를까=교육부 관계자는 24일 “새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개편안은 2017년 확정된다.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언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 방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새 교육과정의 내용, 당국자 발언의 행간 등을 읽어보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새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을 고교 공통과목으로 정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이 7개 과목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 과목들은 수능 필수과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학탐구실험과 통합과학이 합쳐져 수능에선 6개 과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기존 수능에서 치르던 제2외국어·한문이 추가되면 시험 대상이 되는 과목은 모두 7개다.
현재 대다수 학생은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탐구 4개 과목을 본다.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제2외국어·한문을 택해 5개 과목이다. 새 수능에서 필수과목이 확대되면 시험시간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은 하루에 7개 과목을 치르는 부담을 안게 된다. 4∼5개 과목을 치르는 현재도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시험을 보고 나면 녹초가 된다.
이에 따라 문항 수를 줄이거나 시험 과목을 통합하는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전체 과목에서 균등하게 문항 수를 줄여 시험시간을 단축하거나 통합과학, 통합사회, 한국사 등을 하나의 교시에 몰아서 시험을 보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틀에 걸쳐 수능을 치르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혼란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
◇수능의 출제 범위는 어떻게 달라지나=새 교육과정은 고교 교과를 심화 수준에 따라 ‘공통과목’ ‘일반선택’ ‘진로선택’ ‘전문교과’로 구분했다. 수능이 어느 수준까지 심화될지는 학부모·학생의 핵심 관심사다. 일단 공통과목은 고교 1학년 때 모든 학생이 배우므로 수능 범위에 포함된다. 선택과목을 어디까지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교사들 의견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능에서 공통과목만 보고 선택과목은 제외하는 방안이다. 대입에서 선택과목은 내신 성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능은 사실상 자격고사에 가까워진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절대평가, 문제은행 방식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 “통합 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출제과정” 등을 언급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아예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반선택까지 수능에 추가하고 진로선택 과목은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내신 성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교사들도 있다. 공통과목까지만 수능을 보는 것은 문·이과 통합 정신에 부합한다. 하지만 수능이 가진 변별력 요소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혼란이 예상되므로 완충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은 줄고 학교생활기록부 영향력이 증가한다. 현재도 교육부의 ‘쉬운 수능’ 기조로 수능 영향력이 상당히 약화됐다. 올해도 ‘물수능’이 예고된 상태다. 또 대학의 수시모집은 학생부, 정시모집은 수능 위주로 대입 절차가 간소화됐다. 현재 수시와 정시 비중은 대략 7대 3 수준이다.
김두용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현재도 수능이 전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며 “(진로선택 등 선택과목 같은 경우에 수능 범위에서 제외된다면) 대학의 모집단위 특성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있으면 학생부를 통해 반영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능보다는 학생부 강화를 암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내신 평가 방식이다. 교육부는 2017년 수능 개편안과 함께 성취평가제 반영 여부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성취평가제는 내신을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능 영향력 감소, 학생부 증대 흐름이 뚜렷한 상황에서 성취평가제 도입은 상당한 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말한다] 수능 7개 과목 필수… 문항 수·시험 시간 조정 불가피
입력 2015-09-25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