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이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로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 정부가 이전을 거부한 기술은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이다. 미국은 장비와 항전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체계통합 기술 이전도 거부했다.
방사청은 24일 긴급 브리핑을 자청하고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 이전을 요구했던 기존 입장과는 180도 바뀐 것이어서 사업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흡한 기술은 뭔가=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AESA 레이더다.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부문이다. AESA 레이더는 기존 전투기들이 장착하고 있는 기계식 레이더(MESA)보다 많은 표적을 동시에,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이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뿐이다.
적외선으로 목표물을 탐색하는 IRST는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도 선명하게 표적물을 파악할 수 있다. EOTGP 역시 적 항공기나 목표물을 추적하는 장비이고, 전자전 재머는 적 항공기나 지휘기구의 전자체계를 무력화시켜 아군 전투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런 기술들을 다른 장비와 결합해 작전 수행이 가능한 완전한 전투기로 만들어내는 것이 체계통합 기술이다. 서로 다른 성능을 지닌 장비들이 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통합하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기술 공백 극복 가능한가=방사청은 이 기술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OTGP와 전자전 재머는 우리 기술이 성숙 단계에 있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IRST는 핵심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지만 유럽 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AESA 레이더는 미국이 기술 이전을 하지 않을 것에 대비, 지난해 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을 시작했고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도 참가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목표 시한 내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진국에서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ADD는 유럽 기술도 참고한다는 복안이지만 유럽 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해줄 것인지, 또 이전 비용을 어느 정도 요구할지도 미지수다. 목표연도가 지연되고 비용이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이들을 통합하는 체계통합 기술은 더 고난도 기술이다.
2025년까지 이런 기술을 모두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레이더는 초기에 생산되는 것에는 미국 AESA를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한국형 전투기’라고 볼 수 없다. 핵심 부문은 미국 것이고 껍데기만 한국산이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방사청이 처음부터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독자기술 개발 목표 시한을 길게 잡았어야 했다”며 “18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허술하게 시작했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수출되고 있는 고등훈련기 T-50도 처음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며 그간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 현재의 사업단도 대폭 강화되고 방사청뿐 아니라 국방부 외교부 기재부 등 범정부적인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이슈분석] KF-X사업 핵심기술 없이 추진 가능한가…美 AESA레이더 단 ‘껍데기만 한국형’ 전투기 될 수도
입력 2015-09-25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