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고속철 전쟁… 美 서부 구간 수주경쟁

입력 2015-09-25 02:11
중국과 일본이 동남아시아에 이어 미국에서 고속철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일간 참고소식(參考消息)은 24일 “중·일 간 고속철 경쟁의 무대가 동남아에서 미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일본이 중국의 독식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17일 중·미 양국이 고속철 건설을 위한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합자회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70㎞ 구간의 고속철 건설과 관리를 맡게 된다. 이 고속철 공사는 2016년 9월 말 시작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건설하는 첫 번째 고속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JR 도카이’가 몇 년 전 신칸센을 앞세워 입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일본 내에서는 중국 측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추진 중인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노선, 댈러스∼휴스턴 노선, 뉴욕∼워싱턴DC 노선 등 3가지 고속철 노선 프로젝트에 자국 업체의 참여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방미 기간 캘리포니아를 찾아 일본 고속철 시스템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세일즈’ 외교에 나선 바 있다. 일본 측 기업의 간부는 “캘리포니아는 환경 기준이 엄격하고 지진이 빈발해 일본의 시스템이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거액의 공사비가 드는 데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가격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고속철의 성능과 내구성에서 우위가 있지만 중국은 가격 경쟁력이 무기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태국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도 치열한 고속철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와 제3도시 반둥 사이 160㎞ 구간에 고속철도를 부설하는 50억 달러(약 5조95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태국과 인도의 고속철 건설사업을 따내며 이 지역의 고속철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로 일본의 아성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