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듣는 도서관’ 20년 만에 폐관 위기… 종달새전화도서관 재정난으로

입력 2015-09-25 02:06

20여년간 시각장애인들에게 신문과 잡지를 읽어주며 정보를 제공해 온 서울 인현동 종달새전화도서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곳 도서관장 신인식(60·사진)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서관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지난 6월 고장이 나 다운됐지만 재정이 부족해 고치지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종달새전화도서관은 세계 최초로 개설된 ‘귀로 읽는 도서관’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전화를 통해 50여종의 일간지와 잡지, 인터넷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누적 녹음분량은 약 1만 시간에 달한다. 이용자는 하루 평균 5000여명으로 시각장애인이 대부분이지만 글 읽기가 불편한 노인들도 있다. 하지만 연간 2억원에 이르는 재정 적자 때문에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6명이던 직원도 모두 그만뒀다.

신 목사는 “도서관 문을 닫는 것도 서러운데 밀린 직원 월급 등 2억원가량의 빚까지 안고 그만두려니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 했다.

신 목사는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네 살 때 시(視)신경을 다쳐 시력을 잃었지만 장애인이라는 한계 안에 머물지 않았다. 신문배달과 전화교환, 학교 숙직, 댄스홀 드럼연주 등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했다. 중학교 때 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이 심한 열등감을 겪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장애인을 도우며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78년 한국맹인서비스센터를 설립해 장애인 자녀를 돌보기 시작했고 녹음테이프 잡지 ‘사랑의 메아리’도 창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94년 종달새전화도서관을 개관했다. 2008년엔 ‘전화를 이용한 음성 포털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그 방법’에 대한 특허도 받았다.

신 목사는 “2000년에 서울 중구청에서 특수도서관 인가를 받긴 했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모자랐다”며 “50만명에 달하는 국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011-755-7004).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