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청주공항 가보니… “마이 뚱시” 입국장 가득 돌아온 유커

입력 2015-09-25 02:55
중국 원저우(溫州)에서 온 여행객들이 22일 청주국제공항에 도착해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내린 뒤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2일 오후 4시 중국 원저우(溫州)에서 온 제주항공 여객기가 청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출입구가 열리고 ‘유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행사 깃발을 높이 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들은 열감지 카메라 앞에 줄을 섰다. 들뜬 표정으로 할머니 손을 잡은 어린이부터 선글라스를 낀 채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20대 젊은층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입국 절차를 마친 치지아시(28·여)에게 한국에 온 목적을 묻자 “마이 뚱시(買東西·쇼핑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서울로 간다는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걱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다. 한국은 첫 방문으로 쇼핑을 마친 뒤에는 여행도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충북 관광안내소 직원에 따르면 청주공항으로 들어온 유커 대부분이 서울로 향한다고 한다.

청주공항 대합실은 이제 막 입국한 유커들과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인파들이 섞이면서 북적북적했다. 대합실 밖에는 관광버스 10여대가 대기 중이었다. 윈저우에서 온 여행객들이 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이번엔 옌지(延吉)에서 온 여객기가 도착했다. 이날 청주공항에 도착한 중국발 항공편은 6편, 총 861명의 승객이 한국 땅을 밟았다.

청주공항은 개항 18년 만인 지난 1분기 첫 흑자(당기순이익 6900만원)를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지방공항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였다. 이어 2분기 1억200만원의 순이익으로 흑자폭을 확대했다. 승승장구하던 청주공항도 메르스 악재가 덮치면서 휘청거렸다. 상반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6, 7월 다시 심각한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청주공항은 메르스를 빠르게 극복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뒤 6월 2만1721명, 7월 1만7227명으로 급감했던 국제선 이용객이 지난달 4만7082명으로 회복됐다. 9∼10월이 중국의 여행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흑자달성은 무난하다는 게 청주공항 측 설명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청주공항을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한 것이 성장의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되면 해당 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비자 없이 최대 120시간 국내에 머무를 수 있다. 유커들이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에서 쇼핑·관광을 하고 다시 청주공항에서 출국하는 일정이 쉬워졌다는 의미다. 또 한국공항공사가 저비용항공사(LCC)들과 협업해 저렴한 항공운임의 신규 노선을 대폭 늘린 것도 청주공항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한국공항공사 홍기효 청주지사장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올해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당초 청주공항의 목표였던 연간 총 이용객 200만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여객뿐만 아니라 물류운송량까지 확대해 명실상부한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주=글·사진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