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4년 사망 원인 통계’ 중 자살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기대감과 우려스러움을 동시에 갖게 된다. 작년 자살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고무적이나 20, 30대 남성 자살이 늘었다는 사실은 극히 비관적이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3836명으로 1년 전보다 591명(4.1%) 줄었다. 이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0년 넘게 부동의 1위다. 2013년 기준 우리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을 만큼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모든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감소했음에도 20, 30대 남자만 증가세를 보인 것은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20대 남자 자살률은 21.8명(인구 10만명당 자살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고 30대는 36.6명으로 0.5% 증가했다. 가뜩이나 자살이 20, 30대 전체 사망 원인 1위라는 점이 마뜩잖은 마당에 증가 추세까지 나타냈으니 걱정이 앞선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를 떠받드는 주력일 뿐더러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중추다. 삶을 포기할 만큼 절박한 사정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해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겠다.
지난해 통계청이 전국 1만7664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 사람은 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은 응답이 37.4%로 가장 많았다. 다른 자살 관련 연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하다. 젊은 남성들의 자살 증가 추이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적 문제가 기대감 박탈과 가정불화로 이어지고 이는 고독과 절망 등 관계의 단절을 낳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극심해진 취업난이 젊은이의 자살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청년 자살은 다른 연령층의 자살에 비해 가장 치명적인 병리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조이기 때문이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청년 자살에 대한 사회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기성세대들이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인생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할 듯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차치하더라도 일이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 안전망이 갖춰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통합이 공고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내일의 모습이다.
[사설] 20·30 자살 급증하는 사회에 미래 기대할 수 있나
입력 2015-09-25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