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성과학고 오승은양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예비고사(69∼81학년도)와 학력고사(82∼93학년도)를 포함해 대입 사상 처음이었다. 오양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가 지금은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 수능 만점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0명 정도씩 전 과목 만점자가 나온다.
수능은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1994학년도에 도입됐다. 교과서 범위 안에서 사고력 중심으로 학업능력을 측정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쉽게 출제돼 ‘물수능’ 논란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실시된 2015학년도 시험은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었다. 수학B 만점자가 4.3%, 영어 만점자는 3.37%였다. 4% 이내에 해당되는 1등급을 받으려면 만점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돼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좌우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한국교육평가원이 23일 공개한 9월 모의고사 채점 결과 및 출제 방침을 보면 올해도 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어 영어 수학은 모두 만점이라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수능은 변별력 상실로 상위권 학생들의 진학에 큰 혼선을 초래한다. 자신의 수능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선택한 대학이나 학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재수생이 늘어난다. 특히 대학에서 한 학기만 마치고 다시 수능을 보는 반수생(半修生)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반수생이 7만5000명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이나 종로, 신촌 등지 재수학원에 가면 명문 SKY대 출신 반수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낭비되는 등록금과 학원비는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교육당국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수능을 쉽게 낸다는데 그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물수능,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물수능과 반수생
입력 2015-09-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