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안은미(53·사진)에 대한 파리지앵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테아트르 드라빌(시립극장)에서 안은미의 ‘사심없는 땐스’가 공연됐다.
‘사심없는 땐스’는 안은미가 세대별로 한국인의 몸짓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무대로 만든 ‘땐스 3부작’ 가운데 10대 청소년들과 함께한 작품이다.
일찌감치 매진(1000석)됐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극장 밖에서 ‘티켓 구함’이라는 종이를 든 관객을 여럿 만날 만큼 작품은 인기였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엔 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객석에서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아이들 가슴 속에 웅크린 충동의 리듬과 에너지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끌어낸 안무에 환호했다.
공연이 끝나고 일부 관객은 안은미의 권유에 따라 무대에 올라 청소년들과 같이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올해 파리가을축제에는 ‘사심없는 땐스’를 비롯해 할머니들과 만든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중년 남성들과 함께 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까지 춤의 인류학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는 ‘땐스 3부작’이 모두 초청됐다. 3부작은 모두 합해 10회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조상님을 위한 땐스’가 5회를 차지한다. 안은미는 “우리 몸은 시간의 층위를 가진다. ‘땐스 3부작’은 인간의 몸에 기록된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에 프랑스 관객들도 바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습을 깨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안무로 정평이 난 그는 해외에서 가장 각광받는 한국인 안무가다.
2006년 세계음악극축제 초청으로 이탈리아, 영국 등 4개국 투어를 가진 안은미 컴퍼니는 유럽의 극장과 페스티벌의 러브 콜을 꾸준히 받았다. 특히 2011년 한국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극단 목화와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 초대됐다. 또 2013년 파리여름축제에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심포카 바리’가 공연됐다. 지난해 파리여름축제에 또다시 온 안은미는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로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르몽드 등 주요 현지 신문과 잡지에 리뷰가 실릴 정도였다.
안은미가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파리여름축제의 캐롤 피에르츠 예술감독은 “‘조상님을 위한 땐스’에서 몸의 역사성이 강하게 읽혀지는 데 비해 ‘사심없는 땐스’에선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가는 청소년들의 개별성이 느껴진다”며 “아이돌 댄스에 맞춰 끼리끼리 춤추는 한국 청소년들의 모습은 프랑스 청소년들과 달라서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조세핀 마르코비치 음악 부문 예술감독은 “안은미의 작품은 창의적이고 재밌다”면서 “우리 축제가 이번에 안은미를 초청한 이유다”고 했다. 안은미는 ‘조상님을 위한 땐스’로 내년 1월 프랑스 남부 6개 도시와 내년 3월 스위스 6개 도시에서 20여회의 투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파리=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안은미 ‘사심없는 땐스’에 파리 관객들 환호
입력 2015-09-25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