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감 두 알

입력 2015-09-26 00:24
가을을 맞이한 경기도 파주 문리버파크 텃밭에는 올 봄에 심은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3주 전에 심은 김장배추는 폭풍성장을 하여 포기를 묶어줘야 할 정도로 풍성하게 자랐다. 지난주에는 찹쌀 풀을 쑤어 청홍고추를 따서 믹서에 갈아 여린 배추 몇 포기를 솎아서 국물이 자작한 김치를 담갔다. 시원한 맛도 그만이지만, 텃밭에서 순전히 물만 주고 직접 기른 무공해 야채들로 김치를 담가 먹는 즐거움에 맛도 두 배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 어떤 기쁨과도 비할 데 없는 이 기쁨이 바로 농부의 마음이지 싶다.

올 봄에 식재한 두 그루의 대봉 감나무에도 감이 영글고 있다. 첫 해여서 열매는 기대하지 않았건만 감꽃이 지고 나니 스무 개 남짓 앙증맞은 열매가 달려서 아침묵상 후 정원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성장과정을 어림해 보는 내 마음이 설레었다. 한데 여름폭우와 태풍에 다 떨어져 버리고 달랑 두 알만 건재하다. 올해는 가뭄이 들고 유난히도 여름 볕이 따가웠던 탓인지 잎은 윤기 없이 건조하며 크기도 대봉이 아닌 소봉(?)이다. 그래도 늦여름 단비가 내려주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제법 주홍빛이 감돈다. 여름 따가운 햇살과 태풍에도 악착같이 견뎌내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감 두 알이 장하고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 가을,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과일이 저 홀로 자란 것이 아니듯 우리의 믿음을 성령의 불로 연단하시고 비바람의 역경을 주셔서 성장케 하시는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오직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감 두 알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문득 생각하게 된다.

앞 뒷산에 가을빛이 깊어가는 어느 새 추석이다. 올 추석에는 대보름 달빛조명이 더욱 밝아져 어둔 밤, 고향 길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발길을 환히 비추는 등불이 되어주면 참 좋겠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