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홀로 네팔을 여행했던 한 친구의 이야기다. 이른 아침에 어느 마을에서 출발해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보통은 해질 무렵, 혹은 오후에 다른 마을에 도착했다. 그날도 그는 출발할 때 요깃거리와 물을 준비해서 하루 종일 걸었다. 늦은 오후 무렵 고개를 하나 넘으면서 도로 저 아래 호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푸른 물빛에 마음이 끌렸다. 그는 물가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도로를 벗어났다.
풀숲을 헤치고 얼마쯤 내려가니 호수가 나왔다. 호수 건너편 저쪽에 게스트하우스처럼 보이는 큰 건물이 보였다. 오늘은 저기에서 머물면 되겠구나. 그는 안심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그고 앉아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마침내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배낭을 메고 호수 저편에 있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건물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사방에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때 마침내 건물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그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집 같은 건 없었다. 짓다가 만 건물의 벽들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서둘러 온 길을 되짚어 갔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주위는 이미 어두워졌고, 길이 아닌 산속의 풀숲을 헤치고 왔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산짐승이 뒤따라오는 듯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한참을 헤맨 뒤 겨우 도로를 찾았으나, 이미 버스가 다닐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얼마쯤 걷다 보니 버스 한 대가 길에 서 있었다. 버스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장 난 버스였다.
예상 밖의 일들은 연달아 일어나나봐. 그가 이야기를 마치면서 덧붙였다. 있다고 생각했던 집이 없으면, 이미 지나가 버린 버스를 타게 되기도 하고 말이야.
부희령(소설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지나간 버스 타기
입력 2015-09-25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