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교회 예배당이란 말 속에는 향수(鄕愁)와 애수(哀愁)가 담겨 있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고령화 현상으로 교회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오래전 사라졌다. 전도사가 목양의 고삐를 잡은 지도 오래다. 사례비도 제대로 못 주는 교회도 많다. 그 옛날 북적거리던 예배당은 비어가고 사진 속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 많던 성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시골교회에서 신앙을 시작한 사람들이 도시로 옮겨가 대형교회를 이루었다. 고향 교회는 오늘의 내 삶과 신앙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하다. 하지만 떠나온 교회를 다시 찾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의 뿌리가 이런 시골의 작은 교회들이었기에 “언젠가는 은혜를 갚아야지” 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고향을 방문했다가도 본 교회에서 주일을 지킨다며 그냥 올라온 게 부지기수다.
추석은 한 해 동안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그 은혜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민족 최대의 절기이다.
올 추석엔 고향의 작은 교회에서 예배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추석 당일(27일)이 주일이다. 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이윤재 목사)은 2007년부터 ‘고향교회·작은교회 방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성도들마다 ‘우리 교회’ 혹은 ‘내 교회’라는 생각으로 고향의 작은 교회들에 관심을 기울여 소외된 교회를 찾아 손을 내밀고 정을 나누는 것이다.
이윤재(분당한신교회) 대표회장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현안은 70%가 넘는 농어촌교회와 작은 개척·미자립교회를 돕는 일”이라며 “도시의 대형교회들은 몸집이 커지지만 시골의 작은 교회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정호(대전새로남교회) 목사는 “이 캠페인은 고향 교회의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선교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농어촌의 작은 교회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시 교회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상대(서광성결교회) 목사는 교회 인터넷 홈페이지와 주일예배 주보 및 광고, 목회서신 등을 통해 꾸준히 이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며 교인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도·농교회 상호간 관계를 개선하고 정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교회 홈커밍데이 또는 고향교회 방문의 날 등과 같은 캠페인을 전개해 한국교회의 미덕으로 계승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 양양 김승율(하조대교회) 목사는 “농어촌 지역에서 목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입장에서 캠페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귀성객들의 고향교회 방문이 소규모 농어촌 교회에 대한 현실을 알리고 관심도 높일 수 있는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잡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요 7:37∼38) 예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아무리 많이 풍요를 누려도 영적인 목마름을 채울 수 없음을 아시고 ‘내게로 와서 마시라’고 하셨다.
충남 태안의 의항교회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이광희 목사는 올 추석도 기다려진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래 틈틈이 고향을 방문해 자원봉사에 나섰던 태안의 아들과 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추석 연휴 동안 교회를 찾는 이들을 위해 소박한 선물과 음식을 준비하고 친목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고향 교회는 한국교회 신앙의 모판이다. 소망과 위로를 주는 영원한 안식처다. 연어가 귀소본능 대열을 이루는 것처럼 고향 교회로 간다는 것의 영적인 의미는 곧 ‘예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복음의 씨앗을 심어준, 어린시절에 다녔던 교회를 생각하며 눈을 감자. 요동치는 세상에서 교회의 십자가는 유일한 부동점(不動點)이었다. 올 추석 명절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외된 이웃을 찾아나서는 작은 교회, 작은 예수로 거듭나는 기적을 체험해보면 어떨까.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부모님의 기도 제목은 늘 자식입니다… 추석엔 꼭 동행하세요
입력 2015-09-26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