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팀이 순위 올라가는 이상한 5강 싸움

입력 2015-09-24 03:40

프로야구 5위 싸움을 펼치는 4개 팀이 계속해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다. 승수를 쌓기는커녕 패하면서 경기가 없는 날 오히려 순위가 올라가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모두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2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 10으로 완패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나머지 5강 경쟁 팀인 롯데와 KIA, 한화는 모두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SK(0.4737)는 이날 패배로 롯데(0.4741)에 승차에서 4모 뒤져 5위 자리에서 하루만에 6위로 내려왔다. 롯데는 경기를 하지 않고도 어부지리로 5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7위 KIA도 앉아서 5위와의 승차를 반 게임으로 좁혔다. 8위 한화도 5위와의 승차가 1.5게임으로 줄어들어 가을야구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전날에도 쉬는 팀이 웃었다. 롯데는 5대 6으로 두산 베어스에 무릎을 꿇었고, KIA는 LG 트윈스에 5대 15로 대패했다. 이에 롯데는 경기가 없던 SK에게 6위 자리를 내줬다. 이 때는 반대로 SK가 가만히 앉아 5위로 올라가는 기쁨을 맛봤다.

최근 5강 경쟁 팀들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1승을 하기가 힘들다. 이에 야구팬들 사이에선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했던 대사를 패러디 한 “니가 가라. 5위”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고 있다.

넥센은 선발 하영민의 호투로 3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영민은 6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지난해 5월 30일 LG 트윈스전 이후 481일 만의 선발승이다. 홈런왕 박병호는 140타점을 기록, 2003년 이승엽(144타점)이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경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는 꼴찌 kt 위즈를 11대 0으로 완파하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6’으로 줄였다. 삼성은 앞으로 남은 8경기서 6경기를 이기면 자력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박한이는 2회초 안타로 올 시즌 100번째 안타를 기록, 양준혁에 이은 역대 두 번째 15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달성했다.

한편 비로 취소된 롯데와 두산 경기는 24일 더블헤더로 펼쳐진다. 하루에 2연전이 펼쳐지는 더블헤더 경기가 열리는 건 2012년 9월 14일 KIA와 롯데전 이후 3년여 만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