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폭스바겐] ‘속임수 배출가스’ 후폭풍… 신뢰 아이콘 ‘Made in Germany’ 흔들

입력 2015-09-24 08:33
독일의 자동차메이커 폭스바겐의 ‘속임수 배출가스’ 사태가 독일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 사건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사태로 번지고 있어 올해 상반기 세계 판매량 1위의 폭스바겐이 2009∼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한 ‘도요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명한 자동차 전문가인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의 페르디난드 두덴회퍼 교수는 2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독일산(Made in Germany)은 품질과 신뢰의 상징이다. 이제 그 신뢰가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그는 “아무도 이번 사건의 규모를 상상치 못했으며, 독일 산업계에 미친 해악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폭스바겐의 피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이 22일 자사 브랜드 디젤차량 1100만대에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파장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됐다. ‘문제’ 차량이 미국에서 리콜하겠다고 한 48만대에 국한되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한국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정부도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법원에 차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애틀의 로펌 헤이건스 베르만은 미 20여개주의 폭스바겐 차주들을 대표해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독일 교통부는 폭스바겐 디젤차량이 독일과 유럽의 법과 기준에 맞게 제조·검사됐는지 판단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폭스바겐에 “모든 것을 완전히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기술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사실상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일간지 디벨트는 지난 7월 28일 독일 녹색당이 배출가스 차단장치의 문제점 등에 대해 독일 교통부에 질의해 받은 답변서엔 이런 사실이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유럽에서 특히 인기 높은 디젤차량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친화적 디젤 엔진’이 거짓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폭스바겐이 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연간 약 100만t의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공기 중으로 내뿜었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영국에서 1년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전부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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