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강도 혁신-새정치연합 혁신위 ‘인적쇄신’ 발표] 사실상 ‘살생부’… 비주류 불만 폭발 조짐

입력 2015-09-24 18:36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이 23일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대판 음서제'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설명회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회가 열세 지역 출마를 촉구한 데 대해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23일 혁신안이 ‘유야무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장고 끝에 ‘인적 쇄신 폭탄’을 투하했다. 그러나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진영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대거 인적 쇄신 대상에 포함되면서 봉합 국면의 당내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선당후사’ 대 ‘비주류 쳐내기’=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안철수 정세균 문희상 이해찬 전 대표 등 전·현직 당대표들의 ‘험지 출마’를 촉구했다. 혁신위는 문 대표와 안 의원에게 ‘부산 동반 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문 대표가 출마할 지역구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여당 거물급 인사와의 ‘빅 매치’도 불사해야 한다는 은연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혁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붙으면 제일 좋다”며 “낙선한다 해도 그것이 문 대표 본인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혁신위의 인적 쇄신안이 결국 비주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혁신위가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번 혁신안에 따르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은 사실상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창당 주역인 김·안 의원도 ‘험지 출마’와 ‘반혁신 이미지’(거부 시)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혁신위는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상 혁신위와 혁신안에 반기를 든 비주류 진영 지도자급 인사 상당수가 쇄신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비우세 지역’인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긴 정세균 의원의 ‘적진 출마’ 요구와 이동학 혁신위원이 ‘하방론’을 제기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혁신위 측은 “정 의원은 당대표급 인사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뺄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정 의원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86그룹 누락에 대해 혁신위는 “‘급’이 달라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발 인적 쇄신, ‘通’할까=혁신위는 혁신안 후퇴에 대한 우려를 최고 수위 ‘인적 쇄신안’ 발표 이유로 들었다. 비주류 진영의 반발뿐 아니라 주류 진영이 당 내분 수습이나 야권 통합을 위한 지렛대로 혁신안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혁신위가 ‘제도 개선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고강도 인적 쇄신안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불만과 우려가 쏟아진다. 문 대표 재신임 파동 이후 간신히 조성된 봉합국면을 혁신위가 깨뜨렸다는 지적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혁신위가 너무 앞서나갔다”며 “이제 당은 ‘반혁신’ ‘혁신 후퇴’의 이미지만 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 측에서도 “혁신위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천정배 의원의 창당 선언과 박주선 의원의 탈당 등 야권 분열이 기사화되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공천 배제 대상’이나 ‘열세 지역 차출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원심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집단 탈당에 이은 ‘분당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혁신위 측은 “국민의 시선이 두려우면 혁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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