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강도 혁신] ‘도덕성’ 강조한 혁신위, ‘무죄 추정’ 원칙엔 어긋나

입력 2015-09-24 02:58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발표한 인적 쇄신안은 대법원 확정판결 전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부적격’으로 공천에서 배제토록 했다. 부정부패를 척결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걷어낸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데다 검찰이 정당 공천에 관여할 수 있는 문을 따주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당규에서 공직후보 부적격 기준에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예비후보자 신청 이전의 하급심에서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자”를 추가했다. 기존 ‘형이 확정된 자’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다. 또 이런 범죄로 기소만 되더라도 ‘정밀심사’를 하도록 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의원은 박지원 김재윤 의원 등이다. 혁신위는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후보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기소 상태인 신계륜 신학용 의원 역시 ‘정밀심사’ 대상으로 사실상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혁신위가 과거 유죄판결에 대해 ‘반복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공천 배제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

혁신위가 부패척결 의지를 밝힌 것은 ‘혁신’에는 과감한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도덕성은 우리 당을 넘어지게 하는 흙무더기”라며 “당헌·당규에 명시된 부적격 심사 기준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온 안철수 의원도 “나름대로 혁신위가 노력해서 부정부패를 강조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일관된 원칙하에서 실제로 예외 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런 혁신안이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공천 배제되는 범죄에 대한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범죄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 범죄’인지 객관적인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당내 역학관계나 여론재판에 따라 공천탈락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위가 공천 배제 기준에 ‘정치적 탄압에 의한 범죄 경력’을 예외 조항으로 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규정의 범위가 너무 넓어, 이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문재인 대표 등은 ‘정치적 판결’로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문희상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나 권은희 의원에 대한 기소 모두 “야당에 대한 공안탄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채웅 혁신위 대변인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 문제로 현재 기소돼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정치개혁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뇌물수수라든가 공금횡령이라든가 특정한 범죄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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