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특별한 시간’을 계획한다면 공연장 나들이는 어떨까. 매년 비슷비슷한 TV프로그램이나, 손쉽게 볼 수 있는 영화 대신 가족, 친구 또는 연인과 연극과 뮤지컬을 본다면 좋을 듯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을 비롯해 할인 혜택을 진행하는 공연도 많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면=연극 ‘택시 드리벌’, ‘늘근 도둑 이야기’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다.
‘택시 드리벌’(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영화감독 장진이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대표작으로, 소시민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렸다. 최근 공연 프로듀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수로가 11년 만에 부활시켰다. 김수로 본인을 비롯해 박건형, 김민교, 남보라 등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늘근 도둑 이야기’(코엑스 아트홀)는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한탕을 꿈꾸며 미술관에 잠입했다가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1989년 초연 이후 26년째 사랑받고 있는 시사코미디다. 박철민, 정경호 등 감초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유니플렉스 1관)는 1950년 6·25전쟁 중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북한 병사들의 이야기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라면=뮤지컬 ‘신데렐라’ ‘인더 하이츠’ ‘형제는 용감했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많이 나온다. 대개 아이돌 뮤지컬은 미스캐스팅으로 인해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지만 이들 세 작품은 예외에 속한다.
‘신데렐라’(충무아트홀 대극장)는 익숙한 동화의 틀 안에 참신한 설정을 몇 가지 추가해 재미를 살렸다. 누더기가 드레스로, 호박이 마차로 변하는 동화 속 마법을 무대에서 재연했다. 신데렐라 역에 서현진, 윤하, 백아연 그리고 크리스토퍼 왕자 역에 양요섭, 산들, 켄이 캐스팅됐다.
‘인더 하이츠’(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는 미국 뉴욕 할렘가인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라틴계 이민자들의 애환과 꿈을 그렸다. 성규, 키, 장동우 등이 제 나이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형제는 용감했다’(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만난 두 형제가 종갓집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그룹 보이프렌드 동현은 일본에선 한국 뮤지컬에 나온 적 있지만 국내 무대는 처음이다. 무한도전의 정준하도 출연한다.
◇친구 또는 연인끼리=태양의 서커스 ‘퀴담’, 연극 ‘뜨거운 여름’, 뮤지컬 ‘원스’는 젊은 층이 특히 좋아할만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전통적인 서커스에 예술성을 가미한 아트 서커스로 ‘퀴담’(잠실종합운동장 빅탑씨어터)은 대표작 중 하나다. 199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300만 명이 관람한 ‘퀴담’은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에 따뜻한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진다. 8년 만의 내한 공연을 끝으로 ‘퀴담’은 관객들과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된다. ‘뜨거운 여름’(대학로 자유극장)은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는 사춘기 때부터 혈기왕성했던 대학시절까지,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기를 추억하는 작품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원스’(샤롯데 씨어터)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꽃을 파는 체코이민자의 운명 같은 만남을 그린 동명영화가 원작이다.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말 첫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국내에 소개됐는데 이번엔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으로 펼쳐진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가위 공연] 연극·뮤지컬 보며 ‘특별한 시간’ 즐기세요
입력 2015-09-25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