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영국의 ‘박싱데이’, 일본의 ‘후쿠부쿠로(복주머니)’, 두바이의 ‘쇼핑 페스티벌’. 쇼핑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챙기는 특별한 날이다. 새해나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에 맞춰 소매업체들이 대규모 세일 행사를 펼치다 보니 사람들이 몰린다. 미국은 연간 소비의 20%가 블랙프라이데이 때 발생한다. 박싱데이 때는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영국으로 몰려든다.
다음 달 한국에서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린다. 정부는 22일 10월 1일부터 2주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부터 진행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달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내국인을 위한 행사다. 원조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영국의 박싱데이와 차별화했다.
무엇보다 매장이 다양하다.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 ‘유커’를 겨냥한 국내 최대 규모 할인행사라는 정부의 설명대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 200여개 전통시장까지 참여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함께한다. 편의점 매장이 2만5400여개나 돼 ‘블랙편의점데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의류나 가전 외에도 음식, 잡화까지 상품이 다양하고 접근성도 높다.
아쉬운 점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할인 문화라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정부가 유통업계 특성을 모르다 보니 업체들이 애를 먹었다. 특히 유통업체 위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부담은 과중됐다. 미국이나 영국은 의류나 가전 등 개별 브랜드 업체들이 각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할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최대 90%까지 할인율이 나온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브랜드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추진한다는 발표를 급하게 내놓는 바람에 개별 브랜드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정기세일 준비하는 데도 3∼4개월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졸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브랜드 업체들의 재고 물량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 재고 물량은 쌓아두면 둘수록 돈이다. 창고비 등이 나가기 때문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도 공감했다”며 “보통 백화점 정기세일 때 최대 할인율은 50% 정도인데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땐 70%까지 할인한다”고 말했다.
추석이라는 명절 특수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명 ‘상품권 회수 시즌’이 블랙프라이데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명절이 끝나면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들고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다만 정부 발표대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정착하려면 세일 행사에 그치지 말고 문화 행사와 결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제학자는 “영국은 박싱데이 기간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각 팀들이 네 경기씩 몰아서 뛴다. 문화 행사도 함께하는 것”이라며 “관광공사 등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획] 사상 최대 ‘전국 세일잔치’… 내수 살아날까
입력 2015-09-24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