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전반전이 ‘예견된 부실 국감’이라는 평가 속에서 23일 마무리됐다. 다음 달 1일 국감 후반전이 시작되지만 알맹이가 빠진 구태 국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미 의원들의 마음이 지역구 챙기기에 쏠려 있어서 수준 미달 국감이 반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물갈이론’이 증폭된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자신의 질의 순서를 맨 처음으로 바꿨다. 점심시간에 지역 주민과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질의가 끝난 뒤 모습을 감췄던 이 의원은 국감이 거의 끝날 때쯤에야 다시 국감장에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룰과 관련해 지역 민심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향식 공천’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보다는 추석을 앞둔 지역 민심 잡기에 발품을 파는 게 정치 생명 연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벌써 다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국감이 제대로 손에 잡히겠느냐.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내분으로 홍역을 치르느라 국감에 화력을 집중시키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기는커녕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초기대응 실패 등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파고들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곳 질문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국감 스타’는 이미 옛말이 된 모양새다. 대신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는 의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 11일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회장 ‘물건(성기를 지칭)’ 좀 꺼내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정부 감시 역할보다는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만 부각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 문제에 대한 여야의 지루한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새정치연합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한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했고,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꺼내들며 상대 진영 깎아내리기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여야는 ‘저질 국감’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악의적 허위 폭로, 기본적 사실관계 오류, 인신공격·황당·막말 등의 질의를 하는 새정치연합의 국감 구태 의원들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잘못을 바로잡자는 야당의 목소리를 정치공세라고 하면서 파행이나 일삼는 행위 때문에 야당까지 국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제발 밥값들 좀 하자”고 맞받아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알맹이 빠진 ‘수준미달 국감’… 스타는 없고 막말만 남아
입력 2015-09-24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