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문소에서 권총으로 의경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장난치다 그런 거라 고의성이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조사 결과와 판단은 달랐다. ‘위험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총을 격발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당시 상황도 장난친 게 아니라 분노를 드러낸 거였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선)는 서울 은평경찰서 구파발검문소에서 권총으로 박모(21) 수경(당시 상경)의 가슴을 쏴 숨지게 한 박모(54) 경위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실탄이 장전된 권총의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박 수경에게 겨냥한 점,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격발한 행위 등을 살인죄 적용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박 경위가 장전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격분한 상태에서 박 수경의 가슴을 정조준해 총을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장난을 치던 중 실탄이 발사됐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서도 “장난을 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사고 당시 생활실 문을 열고 들어와 “××놈들, 니네 나 빼먹고 먹냐? 일렬로 서” “다 없애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의경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 겁에 질린 의경 2명은 “이러지 마세요” “살려주세요”라며 관물대 뒤로 몸을 숨겼다.
박 경위는 미처 피하지 못한 박 수경에게 다가가 고무파킹을 제거하고 총을 겨눴다고 한다. 그는 총을 든 오른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왼손을 총 아래에 받친 채 박 수경의 심장 70㎝ 앞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또 검찰은 심리분석 결과를 토대로 박 경위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의경들이 자신만 빼놓고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봤다. 박 경위는 2008년부터 우울증과 중증 불안증으로 오랜 기간 정신과 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파발검문소의 총기 관리도 허술했다. 박 경위는 사고 전에도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거나 실탄이 장전된 총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등 총기관리수칙을 위반했다. 총기 출납대장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경위에게 폭력 행위 등 처벌법 위반(집단·흉기 등 협박)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중과실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소했다.김판 기자 pan@kmib.co.kr
경찰은 “장난 중 실수” 과실치사 적용했지만… 檢 ‘의경 총기사고’ 살인죄 기소
입력 2015-09-24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