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본 조비, 뜨거운 ‘올웨이즈’… 20년 만에 내한, 감동의 공연

입력 2015-09-24 02:58
록 밴드 본 조비 공연이 열린 22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22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록 밴드 본 조비의 최고 히트곡 ‘올웨이즈(Always)’가 야외무대에 울려 퍼졌다. 계획에 없던 곡이었다. 올웨이즈는 치명적인 고음 탓에 라이브 무대에서 잘 부르지 않는 곡이다. 이미 준비한 앙코르곡보다 3곡을 더해 6곡이나 부른 뒤였는데도 올웨이즈를 꺼냈다. 고음을 라이브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치명적인 매력의 무대매너로 관객과 하나 된 시간이었다. 그렇게 40분 동안 이어진 앙코르 무대도 끝이 났다.

보컬 존 본 조비(53)는 백발이 됐다. 주름도 깊어졌다. 그래도 검은 셔츠에 가죽 바지가 여전히 잘 어울렸다. 무대에 오른 미중년 로커 본 조비는 야외무대를 압도하는 사운드와 함께 ‘댓츠 왓 더 워터 메이드 미(That’s What The Water Made Me)’로 무대를 열었다. 성량은 20, 30대 때보다 약해졌지만 에너지는 그대로였다. 넘치는 열정으로 첫 곡부터 팬들을 휘어잡았다.

1980년대 본 조비가 데뷔했던 무렵 록에 심취했던 10, 20대가 지금은 40, 50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4000 관객의 상당수는 40대 이상이었다. 머리 희끗하고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본 조비는 두 번째 곡 ‘유 기브 러브 어 배드 네임(You Give Love a Bad Name)’부터 나이 지긋한 관객들을 떼창으로 몰아넣었다. ‘레이즈 유어 핸즈(Raise Your Hands)’ ‘런어웨이(Runaway)’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 등 히트곡을 부를 때마다 떼창도 함께했다.

1995년 첫 내한공연 이후 2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본 조비의 무대는 노련함과 열정으로 관객을 감동시켰다. 본 조비 또한 한국 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감격한 듯했다. 관객들은 ‘잇츠 마이 라이프’를 부를 땐 카드 섹션으로,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Wanted Dead or Alive)’를 부를 땐 야광봉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흔들며 장관을 연출했다. 본 조비는 ‘생큐(Thank you)’를 연발했고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감사를 표했다.

32년 동안 정규음반 18개를 발표하고 1억3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본 조비는 신곡과 히트곡을 두루 선보였다. 그래도 팬들을 더욱 열광시킨 것은 세계적인 히트곡들이었다. 감미로운 ‘섬데이 아윌 비 새터데이 나이트(Someday I’ll Be Saturday Night)’와 폭발적인 록 사운드를 보여주는 ‘킵 더 페이스(Keep the Faith)’ ‘배드 메디슨(Bad Medicine)’ 등 주옥같은 명곡들로 무대를 이어갔다.

배드 메디슨은 공식적으로 마지막 곡이었다. 한국 팬들의 엄청난 환호에 감동 받은 본 조비의 팬 서비스는 앙코르 무대에서 더욱 빛이 났다. 계획했던 곡은 3곡이었지만, 무려 4곡을 더했다. 별다른 멘트 없이 19곡을 휘몰아친 뒤였다. 흥에 겨운 본 조비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스탠딩석 관객들을 만나기도 하고 무릎을 꿇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 주관사 관계자는 “더블 앙코르 무대도 이례적인데 한동안 라이브로 부르지 않았던 올웨이즈를 불러 깜짝 놀랐다. 한국 팬들의 열렬한 호응에 상당히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