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 28년 이제 내 꿈은 평양 선교사”… 루츠 드레셔 독일개신교선교연대 동아시아협력국장

입력 2015-09-24 00:27

루츠 드레셔(63·사진) 독일개신교선교연대(EMS) 동아시아협력국장 앞에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87년 선교사로 내한해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서 빈민운동을 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30년 가까이 각종 사회선교 현장에서 한국인과 함께 웃고 울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장로회 등은 이번 제100회 총회를 기념해 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수여식과 협력 교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한 그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났다.

지난 28년간의 소회를 물었다. 그는 “빈민운동 인권운동 생태운동 통일운동 등 현장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열심히 기도하면서 인권을 위해 일하는 올바른 모습을 보고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1989년 11월 독일이 통일되던 순간 그는 한국에 있었다. “사람들이 통일됐다길래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했는데 진짜 장벽이 무너졌어요. 여기서 하나 배울 수 있었죠. 한반도 통일 역시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항상 깨어서 준비해야 해요.”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2001년 EMS 동아시아협력국장을 맡은 이후 남북교회가 해외에서 만날 때나, 세계교회가 북한을 방문할 때면 그는 항상 현장을 지켰다. 건강상의 문제로 올 11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지만 일 자체를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돈 받고 하는 일은 끝났지만 이제 자유롭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내가 도울 길을 찾고 싶다”며 “남은 꿈은 북한의 평양 선교사”라고 했다. 그는 “몇 차례 평양을 방문했는데 도시가 깨끗하고 사람들도 남한 사람처럼 친절했다”며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보다 키가 너무 작아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을 위한 교회 역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남한 기독교인 중 북한을 너무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 그들이 무슨 상처를 입었는지 교회가 화해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방인의 눈으로 봤을 때 무엇보다 남북한이 한민족, 동족임을 강조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이미 남북 간에 문화가 너무 다르지 않으냐”며 “특히 남한은 다문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과 함께 살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훈련을 해야 통일이 되고 난 뒤에도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진보와 보수 모두 자기 이데올로기를 위해 탈북민의 말을 이용하려들 뿐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진짜 탈북민들과 대화하면서 북한이 남한과 어떻게 다른지 많이 듣고 배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