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만 운영 지방축제엔 구상권 행사도 추진하라

입력 2015-09-24 00:19
정부가 무분별하게 열리는 지방축제를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낭비성 행사는 억제토록 하고 과도한 예산을 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보통교부세 지원을 삭감키로 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제동을 건다니 다행이다.

상당수 지방축제는 지금까지 ‘돈 먹는 하마’나 마찬가지였다.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재정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 호화판 일색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감당하지 못할 행사를 치러 지방재정이 구멍 나는 바람에 수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곳도 있을 만큼 방만하게 운영됐다. 특정 지자체에서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다른 곳이 그대로 베껴 유치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예산 소모성 축제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들이 지난해 치른 행사를 전년과 대비해 경비가 과도하게 쓰였다고 판단되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보통교부세를 배분할 때 행사·축제 경비절감 노력 반영 비율을 올해의 배로 강화한다고 하니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우선 유사·중복되는 행사는 없애야 한다. 일거에 정리하기 어렵다면 비슷한 성격의 축제는 인근 지자체들끼리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건설공사처럼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사전 타당성 평가 및 사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겠다. 재정 손실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책임을 더 무겁게 지우는 동시에 관련 규정을 보완해 단체장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본질적인 대안은 유권자인 지자체 주민들이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단체장들의 과시성 행사 유치 이면에는 이를 마다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낮은 권리의식도 한몫한다.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행위는 용납받지 못한다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단체장들이 정신을 차린다. 중앙정부의 재정 압박이 물론 효과를 나타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감시만이 방만한 지역 행사를 차단한다. 지방재정 악화는 결국 주민 모두의 부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