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짧다. 대체 공휴일에라도 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니다. 고향을 다녀오거나 가족들과 만날 시간도 빠듯할 정도다. 짧은 추석 연휴에도 해외여행객은 늘었다지만 사실 떠나는 사람들보다 못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여행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은 떠나지 못하더라도 TV를 켜면 눈과 귀로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올 추석 연휴는 ‘여행 대리 만족’ 콘셉트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풍성하다. 생고생 배낭여행, 유명 셰프들이 선보이는 세계 곳곳의 식도락 여행,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봉사 여행과 국경 탐사까지 다양하다.
배낭 메고 떠나는 유럽여행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MBC)
체코에서 포르투갈까지 20일
N포 세대들이 펼치는 무모한 도전
◇18만원으로 20일 동안 유럽여행을=체코 프라하에서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무려 20일 동안 18만원으로 여행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선뜻 내키지 않는 여행제안일 수 있겠으나 ‘이렇게라도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이들도 있다.
스스로를 ‘잉여(剩餘) 인간’이라고 지칭하는 20∼30대 ‘N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에게는 이런 여행 제안도 솔깃하다. 그래서 떠났다. 프로그램 이름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MBC)이다. 2013년 나온 동명 독립영화의 TV 예능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달랑 18만원 들고 유럽 히치하이킹에 나선 이들은 영화감독을 꿈꾸다 지금은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인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의 저자 태원준(34)씨, 일정한 수입이 없어 하루 먹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28)씨, 모델 겸 신인배우 송원석(28)씨, 대학생 이동욱(26)씨다.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방송을 그만뒀던 방송인 노홍철이 이들과 같이한다.
주어진 미션이나 규칙마저 없다. 이 기간 동안 경유지도 정해진 게 없다. 모든 것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18만원으로 20일 유럽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간에 돈이 떨어지면 ‘벌어서’ 충당해야 한다. 과연 이들은 20일 안에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중간 중간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무모하고 대책 없는 이 여행은 어떤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도전하기 전부터 포기하게 만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가 돼 줄 수 있을까. 2부작으로 27일 밤 11시15분, 28일 밤 11시10분 방송된다.
요리대결, 식도락 동행 : ‘세계 미식대전-쌀의 맛있는 기적’(KBS1)
60분 동안 쌀로 만든 다양한 요리
8개국 8명의 셰프 자존심 건 한판
◇먼 나라의 맛, TV에서 만나다=8명의 다국적 셰프가 한 곳에 모였다. ‘세계 미식대전-쌀의 맛있는 기적’(KBS1)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에서다. 각국의 대표 셰프가 만드는 ‘쌀 요리 대전’이다.
미국 대표 셰프 제임스 하우, 모로코 대사관 수석 요리사 출신 모스타파 리티, 이탈리아 셰프 산티노 소르티노, 멕시코의 몬세란트 피녜이로, 일본의 오가와 데츠지, 네팔의 검비르 만 쉬레스터, 스웨덴의 다니엘 위크스트란드와 한국 대표 셰프 정호균 등 8명의 셰프가 각국의 요리를 선보인다.
미션은 이렇다. 60분 동안 쌀로 만든 한 그릇 요리, 쌀을 이용한 따뜻한 요리와 차가운 요리 등의 주제에 맞춰 8명의 셰프가 두 팀으로 나뉘어 특색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자국의 요리와 쌀을 접목해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심사는 1차로 궁중요리가 한복선, 조리명장 이병우, 맛 칼럼니스트 황광해,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맡는다. 2차 심사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디너랩 형식을 도입했다. 요식업계 대표, 조리학과 학생, 외국인 등 30명의 일반인 맛 평가단이 참여해 대중의 의견을 반영한다. 디너랩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식 문화로 만찬을 뜻하는 디너(dinner)와 실험실을 뜻하는(lab)을 합친 말로 무명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여러 사람이 맛 보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1차 예선과 2차 결선을 거쳐 세계 미식대전에서 우승한 셰프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쌀을 기부하게 된다. 27일 오전 10시 1부가, 28∼29일 오전 9시40분에 2∼3부가 방송된다.
숲의 신비 & 국경서 본 북한 : ‘그린 플래닛’(EBS) ‘국경은 없다’(아리랑TV)
숲에 대한 1년 동안의 관찰 다큐
압록강·두만강 접경 1580㎞ 탐사
◇숲으로, 국경으로=우아한 붉은 사슴, 영리한 여우와 멧돼지, 오색나비 애벌레, 우산이끼, 사슴벌레, 코리달리스…숲에 살고 있지만 쉽게 만나기 힘든 숲속 생물들의 놀라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그린 플래닛’(EBS)에서다.
‘그린 플래닛’은 지구에서 육지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무지한 숲에 대해 1년 동안 관찰한 다큐다. 최첨단 촬영 기법을 동원해 기이하고 놀라운 숲 속 생물들의 모습까지 담았다. 겨우 내 쌓인 눈을 뚫고 나오는 새싹과 꽃봉오리 모습,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돌보는 어미 여우의 굴 속, 가문비나무 씨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 새끼 황새가 첫 비행에 성공하는 장면, 호박벌이나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의 세계까지 담았다. 독일의 스튜디오 함부르크가 제작했고 실력파 다큐 감독 얀 하프트가 감독했다. 26일 밤 9시5분 방송된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국경,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는 접경 지역 1580㎞를 대학생 4명과 전문가 2명이 함께 찾았다. 다큐 ‘국경은 없다-Borderless 1580’(아리랑TV)에서다. 북한학전공 학생, 실향민 3세, 동독출신의 독일 유학생, 북한전문가 이호규 동국대 교수와 강주원 박사가 함께 길을 떠났다. 26일 밤 11시 방송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한가위 TV 가이드] TV와 함께 세계 속으로…
입력 2015-09-25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