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영준] 日 안보법제 냉정하게 대처하자

입력 2015-09-24 00:48

일본 아베 정부가 야당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안보관련 11개 법안을 중·참 양원의 다수결로 가결시켰다. 성립된 11개 법안의 실제 내용을 검토하면 핵심사항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기존에 일본 정부가 안보위기로 상정해 오던 직접적 무력공격 사태와 중요영향 사태(기존의 주변사태) 개념에 더해 존립위기, 즉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도 무너질 위험이 있는 사태를 추가해 이에 대해서도 자위대나 일본 국가기관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둘째, 종전에도 자위대가 유엔 주도 아래 국제평화협력활동에 참가해 왔으나 이번에 국제평화지원법 제정을 통해 그 활동범위를 타국군에 대한 후방지원까지 확대시켰다.

안보법제 성립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고, 국내 언론도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었다는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다. 이런 속에서 과연 집단자위권 용인과 안보법제 성립 이후 일본의 안보정책이 어떻게 변화될 것이고, 그것이 한국의 국가안보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베 정부는 안보법제 성립에 의해 북한이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 함선에 공격을 가하거나 미국 대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에 대한 공격을 배제하거나 일본 영공을 통과해 미 대륙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소위 ‘존립위기 사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 단, 어느 경우에도 일본이 한국이나 북한 영내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 설명에 따른다면 우리는 이 안보법제가 북한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거나 한·미·일 간 공동대응 태세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점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된 일본 안보법제가 가진 유용한 측면을 한국 안보를 위해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 현실적인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그동안 소극적으로 임해왔던 한·일 간 안보협력과 신뢰구축을 병행하면서 북한의 다양한 군사도발 발생 시 일본 대응정책이 우리 안보에 긍정적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외교안보적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미·일 간 안보협력의 확대를 통해 북한의 불안정성을 예방하고 동북아 지역질서 안정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에는 일본의 안보법제 성립뿐 아니라 중국의 해·공군력 등 첨단 군사력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각국의 군사활동 증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군사동향이 역내 긴장과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아·태지역 차원의 상호 신뢰구축과 안보협의체 구축도 주도할 필요가 있다. 10월 말쯤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보다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북한이 다시 도발을 자행한다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발동이나 중국의 군사활동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한 한반도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 접촉과 대화 국면을 전략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북한은 다음 달 10일인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한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자제해야 하고, 우리는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등 대화국면을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박영준(국방대 교수·안보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