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심폐소생술을 익힙시다

입력 2015-09-24 02:20

24시간 문이 열려 있고 불도 켜져 있는 곳이라 하면 사람들은 편의점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편의점만 그런 게 아니다. 병원 응급실도 1년 365일 연중무휴, 쉬지 않고 돌아간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비상발전기까지 가동할 준비가 돼 있는 곳이 병원 응급실이다.

응급실의 중요성은 국내 병·의원들이 응급진료 외엔 모두 휴진을 하는 명절 연휴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평소보다 응급진료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는 또한 들뜬 마음과 명절 후유증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때이기도 하다. 26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추석 연휴 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시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고로 일가족이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일이다.

국토교통부가 25∼29일 귀성·귀경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특별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부는 우선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닥터헬기 4대 및 소방헬기 27대, 전국 119 구급대 306개소와 비상연락 체계를 구축했다.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자면 인명구조 대책부터 바로서야 한다. 인명구조의 첫걸음은 사고현장을 처음 목격한 사람이 119 구급대에 구조요청을 하고 즉각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다. 요령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화를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는 제안이다. 올해는 귀성길에 나서기 전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한번 익혀보자. 응급상황 중 가장 위험한 경우는 심장이 뛰지 않는 상태다. 이때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심폐소생술은 뜻밖의 사고 때 누군가가 나를 살리는 기술이자, 숨이 넘어가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내가 구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응급처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필요한 응급처치를 몇 초 더 빨리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생존확률이 바뀔 정도다. 응급처치는 내가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구급대원 또는 의료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생명이 위험한 환자의 생존확률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중요한 응급처치 요령 몇 가지는 반드시 머릿속에 기억하고 그 상황이 발생하면 본능에 가깝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하고 뒤늦게 모바일 인터넷을 뒤지거나 시간을 끌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간단히 정리하면 심폐소생술은 팔에 체중을 실어서 환자의 가슴 한복판 흉골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적어도 1분에 100회 이상의 속도로 서른 번 압박하고, 두 번 인공호흡을 한 뒤 다시 서른 번 압박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요령이다.

주의할 것은 심장을 압박할 때 팔을 쭉 뻗은 채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팔을 구부리면 체중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5㎝ 이상 흉골이 푹푹 들어갈 정도로 세게 압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흉골이나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러다 심장이 눌려 죽겠구나 싶을 만큼 충분히, 과감하게 압박하지 않으면 구명효과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 뼈가 부러질까 염려해 힘을 빼면 환자는 심 정지 약 4분 후부터 시작되는 뇌손상으로 죽게 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도시 지역의 경우 약 10분 내외, 늦어도 20∼30분 안에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한다. 그때까지만 버틸 수 있게 도와주면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가 있다. 현대인이 갖춰야 할 필수 교양덕목에 심폐소생술을 꼭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