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극장가] 넉넉한 마음 감동도 두배… 사극 보고 “훌쩍” 외화 보고 “와우”

입력 2015-09-25 02:13
▲‘사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았다. 볼만한 영화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주변에 많으니 멀리 나가지 않고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영화다. 올 추석에도 스크린 상차림이 풍성하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대작들이 즐비하고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 블록버스터도 만만치 않다. 애니메이션도 줄줄이 선보인다.

◇명절에는 뭐니 해도 사극이 최고야=추석 혈투에서 관객 기대감, 화제성, 작품의 완성도 등 여러 면모를 다 따져 봐도 우위를 인정할 만한 영화는 ‘사도’다. ‘왕의 남자’(2005)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다. 송강호가 천만 영화 ‘변호인’ 이후 2년 만에 영조로 출연했고, 역시 천만 클럽에 가입한 ‘베테랑’의 유아인이 사도세자로 호흡을 맞췄다.

스토리는 다 아는 내용이다. 영조의 미움을 받아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한 사도세자의 비극을 아버지와 아들의 가족사로 연출했다. 묵직하지만 처지지 않고 섬세하지만 힘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가 맞물려 올해 세 번째 천만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 개봉된 지 1주일 만에 벌써 200만 관객을 모았다.

◇무슨 소리, 코미디가 제일이지=명절 연휴 코미디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장르다. 코미디와 형사 추리물을 섞은 ‘탐정: 더 비기닝’이 웃음과 스릴을 선사한다. 탐정놀이를 즐기는 만화방 주인(권상우)과 한물간 형사(성동일)가 마지못해 뭉쳤다가 시너지효과를 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권상우의 생활밀착형 코믹연기가 눈길을 끈다.

설경구와 여진구가 남한과 북한 병사로 나오는 ‘서부전선’은 시대극에 코미디를 버무린 영화다. 1953년 휴전 3일 전에 동지를 모두 잃고 각각 홀로 남은 남북의 쫄병이 서부전선에서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다뤘다. 전쟁의 상처와 후유증을 심각하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유머 있게 그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액션영화로 스트레스를 날리자=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메이즈 러너’ 속편과 마블 영화 ‘앤트맨’, 한국영화 ‘베테랑’이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할리우드 흥행작의 2편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 있는 청춘스타 토머스 생스터와 재미교포 3세 배우 이기홍의 출연으로 주목 받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마블의 또 다른 영웅 이야기를 그린 ‘앤트맨’은 개봉 한 달째여서 기세가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개미 모양의 히어로가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벌이는 액션이 짜릿하다. 1300만 관객몰이를 향해 달리고 있는 ‘베테랑’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정의파 베테랑 형사 역의 황정민이 선사하는 액션이 통쾌하다.

◇유쾌하고 로맨틱한 재미를 느껴봐=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인턴’이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층 관객들을 손짓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레미제라블’ ‘인터스텔라’로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 스타배우 앤 해서웨이가 성공적으로 창업한 30세 사업가 역할을 맡아 드 니로를 70세의 인턴으로 맞이한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 지위에 어울리는 패션센스를 갖추고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체력관리를 하며 고객을 위해 박스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여성 CEO가 벌이는 해프닝이 상큼하다. ‘로맨틱 홀리데이’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양성 영화는 독특한 맛이 있어=홍상수표 영화의 정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엉뚱한 웃음을 던진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와 화가 윤희정(김민희)은 함께 극장에도 가고, 술도 마시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인간들을 비웃기도 한다.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745만 관객을 모은 ‘미라클 벨리에’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루안 에머라)가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렸다. 주인공이 들려주는 선율이 여운을 남긴다. 일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쿠에(키키 키린)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에피소드를 뭉클하게 풀어냈다.

◇와! 만화영화다. 아이들 다 모여라=프랑스 애니메이션 ‘뮨: 달의 요정’은 해와 달을 지키는 요정들의 신비로운 세계를 그렸다. 달의 요정 뮨은 얼떨결에 밤과 꿈을 책임지는 최고 수호자로 임명되지만 암흑의 지배자 네크로스가 태양을 훔쳐간다. 사자와 낙타 모습의 태양과 달의 신전 등 의인화된 요정과 동물 캐릭터가 재미있다.

스페인과 쿠바 합작 ‘더 매직: 리틀톰과 도둑공주’는 19세기 유럽 동화 ‘푸시넷’을 스크린에 옮긴 애니메이션이다. 평화로운 왕국에 마법에 걸린 거대한 나무가 불쑥 자라나고 왕국이 어둠에 잠기자 작은 체구의 리틀 톰이 전설의 마법 도구를 찾아 왕국을 구하려 나서는 이야기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남주를 홍보대사로 기용해 스페셜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를 제작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