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교육당국이 그리는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기술 창조력, 바른 인성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상’이 담겼다. 고등학교에선 문과와 이과의 경계가 무너진다. 중학교에선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초등학교에선 안전·한글교육이 강화된다.
새 교육과정의 확정·고시로 교과서부터 대입제도, 교원양성 체계까지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각급 학교별로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문과와 이과의 벽’ 허물다=고등학교에서 문·이과의 구분은 대학입시 때문에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새 교육과정은 이런 ‘벽’을 부쉈다.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8단위·1단위는 주 한 시간씩 한 학기를 배우는 것) 한국사(6단위)가 공통과목이 됐다. 실험·실습탐구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탐구실험(2단위) 과목도 배우게 된다.
통합사회는 행복, 자연환경, 생활공간, 인권, 시장, 정의, 인구, 문화, 세계화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사회현상과 갈등 해결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목이다. 통합과학은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를 4개의 핵심개념으로 삼았다. 자연현상과 인간,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가치 판단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신설된 이 두 과목은 1학년 때 배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어떻게 연계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통과목을 배운 뒤엔 진로를 위한 문·이과 집중교육이 이어진다. 사회·문화, 경제, 물리학Ⅰ, 지구과학Ⅰ 등 기존 일반선택 과목 외에 적성에 따라 더 배우는 진로선택 과목들이 신설됐다. 최소 3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수학 교과 안에서 경상계열은 경제수학, 이공계열은 기하를 추가 선택하고 예술계열은 일반선택인 미술과목에 드로잉 과목을 더해 심화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심화학습 대신 경상·어문계열이 아니라도 여행지리를 사회과 진로선택과목으로 택해 실용적인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기초교과의 무게는 덜어냈다. 일반고부터 특목고까지 모든 고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가 교과 총 이수단위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국어 수학 영어는 현행 90단위에서 84단위로 줄어들게 된다.
특성화고 교육과정은 공통과목, 기초과목, 실무과목으로 전문교과를 개편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연계를 강화했다.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배우게 된다.
◇본격화되는 자유학기제=중학교 과정에선 ‘자유학기제 편성·운영지침’이 마련됐다. 내년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의 뼈대를 세운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지필평가 부담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의 교과 활동을 통해 진로 탐색·설계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올해 시범 운영됐다. 각 학교는 교과활동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운영한다. 암기식 수업을 최소화하고 협동학습, 토론수업 비중을 늘린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평가도 과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여기에다 정보화 시대에 맞춰 소프트웨어(SW) 교육도 강화했다. ‘정보’ 과목을 과학/기술·가정/정보 교과군의 필수과목으로 전환해 1년간 매주 1시간(45분짜리 수업 1번)씩 배우도록 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인성교육·체력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는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은 3년 동안 136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초등학교 안전·한글교육 강화=초등학교에선 안전교육과 한글교육에 방점이 찍힌다. 1∼2학년에 ‘안전한 생활’ 교과를 새로 만들어 편성했다. 생활안전, 교통안전, 신변안전, 재난안전 등으로 구성된다.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됐다. 과목의 운영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도록 했다. 국어 수학 통합교과 등 일반 교과와의 연계 학습도 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즐거운 생활 과목의 ‘봄나들이’ 활동 중 ‘위험한 동식물로부터 보호하기’를 안전한 생활 교과와 연결짓는 식이다.
안전한 생활 교과가 신설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수업 시수는 주당 1시간(40분짜리 수업 1번), 총 64시간 늘어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의 돌봄기능 확대 요구에 맞춰 시수를 늘리되 활동 중심의 안전한 생활 과목을 신설해 학업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아교육과정(누리과정)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한글교육이 대폭 강화된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1학년 1학기에 최소 45시간 이상 한글교육을 받고, 2학년 때도 이어서 배우게 된다. 현행 과정은 1학년 1학기에 최소 27시간 이상 한글을 가르치는 데 그치고 있다.
안전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3∼6학년의 체육, 실과 등 관련 교과에는 ‘안전’ 단원이 생긴다. 실과 교과의 정보 관련 내용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서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교육위주로 개편돼 5∼6학년 때 17시간 안팎으로 배운다. 소프트웨어 제작 원리를 이해하고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익히는 과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2015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자유학기제 본격화… 진로탐색·예술체육 활동
입력 2015-09-23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