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지방 축제… ‘원가’ 공개한다

입력 2015-09-23 02:53



전남도가 야심작으로 내세웠던 F1 코리아그랑프리 대회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4285억원을 들여 영암에 F1 경기장을 건설하고 2010년부터 매년 대회를 열었으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3년 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익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해 4년간 누적 적자만 1900억원에 달했다. 대회 중단으로 주관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로부터 소송당해 위약금 부담 등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전남도는 F1 대회 유치로 198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2016년까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개최해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행사·축제들이 적지 않다. 다른 지역 축제를 베낀 유사·중복 축제도 수두룩하다. 경기도, 충청도, 경북, 강원도 등의 기초단체들이 차별성이 거의 없는 ‘인삼축제’를 앞다퉈 열고 있다. 경상도, 경기, 부산 등은 비슷한 성격의 국제 보트쇼를 개최하고 있다.

22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지자체가 개최한 대규모 행사·축제(광역 5억원, 기초 3억원 이상)는 총 395건으로 4575억원이 들었다. 그러나 입장료 등 수익은 1288억원에 불과해 3286억원의 손실을 봤다. 경남, 강원을 제외한 15개 시·도는 행사·축제 수익이 총원가(비용)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사·축제는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개최한 행사·축제는 총 1만4604건으로 2013년(1만1865건)에 비해 2739건(23%) 늘었다. 대규모 행사·축제는 356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소규모 행사(광역 5000만, 기초 1000만원 미만)는 4871건에서 7405건으로 급증했다. 행사·축제는 울산과 충남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모두 증가했다.

강원(563건) 전남(323건) 경기(240건) 경북(233건) 제주(226건) 전북(222건) 등이 1년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강원, 제주 등 8개 시·도에서는 행사·축제 집행액이 509억원 증가했다. 강원도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82억원), 전국생활체육대축전(14억원) 등 신규 행사 개최로 전년에 비해 예산집행액이 217억원이나 늘었다. 심각한 재정난으로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으로 지정된 인천과 부산도 전년에 비해 각각 51억원, 45억원 늘었다.

행자부는 낭비성 행사나 축제를 억제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지난해 치른 모든 행사·축제의 원가정보를 다음달 말까지 자체 공개하도록 했다. 또 대규모 행사·축제 원가정보를 11월 중 재정고(lofin.mogaha.go.kr)에 통합 공시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또 내년부터는 보통교부세 배분 시 행사·축제 경비 절감 노력 반영비율을 올해의 배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정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유사·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행사·축제는 과감하게 통합·조정해 지방재정 건전성을 높이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