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시켜줄게…” 구청 공무원이 취업 사기

입력 2015-09-23 02:34
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시켜준다기에 전세를 월세로 돌려 ‘뒷돈’ 1500만원을 바쳤다. 취직을 약속한 선배 미화원은 “학교 선배가 구청 공무원”이라며 안심시켰다. 취업용 신체검사서까지 제출했지만 채용은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아차 싶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돌아온 것은 100여통의 협박 문자메시지뿐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건물 청소부 이모(47·여)씨에게 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며 15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협박)로 서울 모 구청 7급 공무원 장모(44)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장씨와 함께 사기 친 구청 환경미화원 정모(42)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이씨에게 “학교 선배가 구청 공무원인데 돈을 주면 구청 환경미화원을 시켜주겠다”며 15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를 구청 공무원인 장씨에게 전달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이씨는 전세를 월세로 돌려 돈을 마련했다.

장씨와 정씨는 초·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함께 주식투자를 하다 빚이 늘자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이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씨에게 채용 신체검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진행된 실제 채용 과정에서 이씨의 서류는 제출되지도 않았다.

사기당했다고 생각한 이씨는 지난 3일 경찰에 장씨를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장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날 저녁 장씨는 이씨에게 100여 차례 “내가 서울대 출신이고 후배들도 많다” “야 쓰레기 같은 ×아 어디서 나를 고소해” “내가 누군지 모르지. 죽어봐”라며 협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조사 결과 장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사기업에 다니다 2006년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구청은 “장씨의 업무는 환경미화원 채용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사기 혐의로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을 확인하고 있다”며 “저소득층과 서민을 노린 취업 사기가 부쩍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