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들어 오는 시리아 난민 때문에 유럽이 연일 시끄럽지만, 경제적으로는 난민이 늙어가는 유럽 경제에 오히려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연구가 잇따라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난민연구센터 알렉산더 베츠 교수 등 연구진은 21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펴낸 ‘난민의 경제-상식 뒤집기’라는 보고서에서 “난민들은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어 난민이 유입되는 국가에 큰 짐이 된다고 생각해 왔지만, 오히려 현지에 고용을 창출하고 스스로 자립을 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의 난민들은 다양한 계층으로 이뤄져 있고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빠르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기에 경제적인 자립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이들은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구호물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떠나온 조국과 현지를 연결하면서 다양한 생필품을 스스로 조달하고, 심지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난민을 수용한 나라에서도 생필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식료품 등의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계기가 된다.
독일의 경우, 시리아 난민 80만명에게 복지와 교육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약 60억 유로다. 반면 난민 유입으로 독일 경제는 2020년까지 약 1.7% 더 성장할 것이라고 독일 유니뱅크는 분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제체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80만명 넘는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다면 차세대 독일 경제에 새로운 기적을 일으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노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장 극심한 독일에 난민 유입은 오히려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도 지난 16일 발표한 ‘난민 유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시리아 난민이 유입된 터키와 레바논에서 난민이 저임금 일자리를 메우고 시장 수요를 증대하면서 소득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에 인구의 2.6%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이 유입되면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지난 2년간 레바논의 경제성장률은 세계은행이 추정했던 것보다 더 높았고 실업률도 떨어졌다는 것. 브루킹스연구소 마시밀라노 칼리 연구원은 “시리아 난민들은 구호자금과 자신들이 가진 돈으로 레바논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난민이 1% 늘어날 때마다 레바논 서비스 산업은 오히려 1.5% 성장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터키와 동유럽 국가에서도 난민이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난민=짐’? 늙은 유럽 경제 살리는 젊은피… ‘난민경제학’ 보고서 잇따라
입력 2015-09-23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