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왕좌왕했던 메르스 사태, 국감도 대충 할 텐가

입력 2015-09-23 00:5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6명이 사망하고, 1만6000여명이 격리생활을 해야 했다. 정부는 작년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올해 정기국회의 최우선 국정감사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메르스 사태를 집중 감사할 계획이었으나 최고 책임자였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하지 않고,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경우 증인 채택에서 아예 제외돼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보건복지위는 논란 끝에 산회하고 말았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등 많은 증인들은 싸움질만 구경하다 돌아간 셈이다. 이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메르스 감사의 핵심 과제는 초기 부실 대응이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신종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자가 출입한 병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 전 장관의 출석이 필수다. 문 전 장관은 여야가 지난 17일 증인 채택에 합의했지만 ‘7일 전 증인 통보’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에 불응했다. 여야의 늑장 합의에 일차적 잘못이 있지만 그런 형식 요건을 핑계 삼아 불출석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일국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자신의 잘잘못을 당당하게 설명할 용기조차 없단 말인가.

최 전 수석은 메르스 사태의 확산, 또는 정보통제 잘못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도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봐야겠다. 국회가 감사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이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가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야당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현직 비서관은 몰라도 자리에서 물러난 최 전 수석은 출석시키는 게 옳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다음달 7일 보건복지위가 별도의 ‘메르스 감사’를 실시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