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에 반한 佛관객 연신 “브라보”… 안숙선 명창 파리 공연 커튼콜 5번 열기 ‘후끈’

입력 2015-09-23 02:04
안숙선 명창(가운데)과 남상일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부프 뒤 노르극장에서 고수 조용수의 장단에 맞춰 판소리 ‘수궁가’를 입체창으로 선보이고 있다.난장컬처스 제공

10분 넘게 기립박수가 계속됐다.

안숙선(66) 명창과 후배 소리꾼 남상일(37)이 21일(현지시간) 파리 부프 뒤 노르극장에서 선보인 판소리 ‘수궁가’에 대한 프랑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극중 인물에 따라 역할을 나눠 부르는 입체창으로 펼쳐진 공연에서 관객들은 ‘별주부가 토끼 만나는 대목’ ‘토끼 배 가르는 대목’ ‘용왕 속이는 대목’ 등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휴식 시간에 주변의 한국 관객들에게 판소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퍼붓기도 했다. 중간중간 일부 한국 관객이 “얼씨구” “좋다” “그렇지” 등 추임새를 넣는 걸 보고 무척 궁금해 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거나 “브라보”를 외쳤다. 안숙선과 남상일, 고수 조용수는 5번이나 무대로 다시 나와야 했고, 이례적으로 앙코르 곡까지 불렀다. 안숙선이 ‘진도 아리랑’에 맞춰 어깨춤을 추자 프랑스 관객들도 따라서 췄다.

객석 503석의 부프 뒤 노르극장은 세계 연극계의 거장 피터 브룩이 1974∼2008년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지금도 영향력을 끼치는 극장으로 유명하다. 공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극장으로 ‘수궁가’ 역시 이미 티켓이 매진된 상태였다. 특히 프랑스 북부의 중심 도시 릴의 시장이자 사회당 총재인 마르틴 오브리가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오브리 총재는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릴에서 9월 26일부터 4개월간 대규모 한국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린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판소리를 보러 왔는데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20일 테아트르 드라빌(시립극장)에서 열린 민속예능 장인 김금화(85)의 전통 제의 공연은 자막 없이 이뤄지다 보니 프랑스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에 비해 수궁가의 성공은 자막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유미-에르베 페조디에 부부가 만든 자막은 수궁가의 해학과 풍자를 제대로 전달했다. 덕분에 한국 관객보다 프랑스 관객이 더 먼저,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안 명창은 “한국에서보다 이곳 프랑스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훨씬 뜨겁다”며 “2002년 파리가을축제 때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했을 때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번엔 내용이 재미있고 길이(3시간)가 그리 길지 않아서인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궁가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파리와 인근 지역에서 펼쳐지는 파리가을축제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올해 축제는 2015-2016 시즌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안숙선 외에 김금화,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54),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53) 등 한국 여성 아티스트 4인방을 초청했다. 특히 진은숙은 특정 아티스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초상(Portrait)’ 프로그램에 이탈리아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 이탈리아 현대음악 작곡가 루이지 노노와 함께 다음 달 무대에 오른다.

축제 총감독인 임마뉴엘 드마르씨-모타(45)는 “(한국처럼)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여자가 훨씬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이들 4명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해온 예술적 노력이나 성과가 매우 강렬하다고 판단했다”며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파리=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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