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충청·강원-양평 ‘하늘숲 추모원’] 자연과 하나된 수목장… 울창한 숲속 ‘아름다운 작별’

입력 2015-09-24 02:01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조성된 국유 수목장림인 ‘하늘숲 추모원’의 추모목에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사망 일자 등이 적힌 명패가 매달려 있다. 산림청은 자연친화적인 수목장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추모목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양평=김태형 선임기자
‘하늘숲 추모원’의 안내 표지판.
영동고속도로 문막IC를 나와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려 가다보면 높지는 않지만 깊숙한 산간지역이 나온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과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스무나리 고개(340m)다. 스무나리 고개는 옛날에는 산적이 자주 출몰해 스무 명이 모여야만 넘을 수 있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첩첩산중인 이곳에 국내 유일의 국유 수목장림이 조성돼 있다.

◇수목장은 새로운 장묘문화=수목장림은 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로 유골함을 지정된 수목의 주위에 묻는 장묘방법이다. 국내에는 2008년에 도입됐다. 자연친화적이고 비용 부담이 적어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하늘숲 추모원은 새로운 장묘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추모원은 산림청이 2009년 5월 양평군 양동면 국유림 55㏊에 조성했다. 축구장 50개 정도의 규모다. 추모원은 추모목 6315그루(15구역)와 추모광장, 만남의 광장, 안내 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추모원에 접수된 수목장 사용 건수는 계약 2765건, 예약 132건 등 모두 2897건(45.8%)에 달한다. 이곳에는 4100여명이 안치돼 있다. 추모목의 사전 예약은 70세 이상만 가능하다.

오는 10월부터는 9구역 추모목 240그루를 추가로 분양한다. 분양은 선착순이고 이용자가 추모목을 직접 선정해 계약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산림으로 조성된 추모원은 제단이나 비석 등 추모시설 설치가 허용되지 않는다. 추모목에는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사망일자 등이 적힌 가로 10㎝, 세로 15㎝의 나무로 제작한 명패만 매달려 있다. 꽃다발 대신 숲에 떨어진 낙엽이나 솔방울 등으로 만든 하트 그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제례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산림 훼손이나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추모광장에 합동 분양소가 마련돼 있다. 추모원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장의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언뜻 보면 추모원이 아니라 수목원과 같은 분위기다.

추모목은 소나무, 잣나무, 산벚나무 등이다. 나무의 생장을 고려해서 추모목 간격은 5m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추모목 평균 높이는 13.7m에 달한다. 40년 이상 수령을 자랑하는 추모목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경사도 완만해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져 등산과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내년에는 추모원에 야영장이 개장된다.

추모목은 가족을 안치하는 가족목과 가족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공동목이 있다. 가족목은 최대 10명까지 안치할 수 있다. 가족목 1그루의 관리비는 15년에 232만원으로 최장 6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왜 수목장이 필요한가?=국토의 1%인 998㎢가 묘지로 잠식되고 매년 여의도 면적 1.2배인 9㎢의 묘지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전국 주택면적 2177㎢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귀중한 산림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호화 분묘로 국민적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

화장률은 2000년 33.7%에서 2012년에는 74.0%로 증가했다. 화장 후 장사방법에 대한 선호도는 수목장이 44.2%, 납골 37.0%, 자연장 11.8%으로 조사되는 등 수목장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 조성된 수목장림 53곳 중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수목장림은 18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5곳은 문중이나 종중 등에서 조성한 곳으로 일반인의 이용이 제한된 곳이다. 현재 조성된 국공립 수목장 시설은 단 3곳뿐이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수목장림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은 국공립 수목장림을 2017년까지 2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도별로 수목장림을 조성하고 5개 지방산림청에서도 1곳씩의 국립수목장림을 조성·운영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자연회귀 사상에 기초한 수목장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해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장묘제도”라며 “산지훼손을 막고 자연친화적인 장묘문화 확산을 위한 수목장림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양평=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