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숙한 대처 조목조목 따진다더니… 증인 채택 싸고 대치, 메르스 국감 문 열자 파행

입력 2015-09-22 03:04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자리가 덩그러니 비어 있다. 문 전 장관 옆자리에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앉아 있다. 이동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정감사가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결국 파행됐다. 여야는 메르스 사태만 집중해 다룰 국감 일정을 별도로 하루 잡아놨지만 한 차례 질의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다 회의를 마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하는 ‘메르스 국감’을 시작했다. 하지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는 계속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익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할 일은 메르스 사태 당시 청와대와 복지부의 관계, 청와대의 역할 등을 밝히는 것”이라며 “최 전 수석이 나와 증언하지 않으면 이 국감은 의미가 없고 개인적으로 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발생 원인과 책임을 밝힐 대상이 없는 국감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메르스 대책을 따지는 게 더 중요하므로 회의를 진행하자고 맞섰다.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얘기했는데 결국 합의가 안 돼 증인 채택이 안 된 것 아니냐. 이 문제로 회의가 공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김제식 의원은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늦어도 7일 전 출석 요구서를 받도록 돼 있다”면서 “제가 증인이라도 안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여야는 문 전 장관 증인 채택에 합의하고 국감 나흘 전인 지난 17일에야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결국 메르스 국감은 시작 1시간 만에 정회됐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여야 지도부 간 타협이 결렬된 뒤 오후 5시쯤 국감 종료를 선언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윤순봉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은 증인으로 출석해 대기하다가 돌아갔다.

한편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A씨(25·여)가 중동 여행 후 미열과 오한 증상을 보여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됐으나 1·2차 검사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7월 이후 중동에서 입국한 사람 가운데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은 45명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