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랏빚 산정’ 미스터리… 한국 신용등급 올린 S&P 자료, 정부 발표와 상당한 차이

입력 2015-09-22 03:06

3대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료가 수상쩍다. 지난 15일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S&P는 한국의 등급 상향 이유로 우호적인 정책 환경과 견조한 재정 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 등을 들었다.

그런데 21일 현재 S&P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놀라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지표를 비관적으로 예측한 한국 정부와 달리 S&P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대표적인 게 대외건전성과 재정건전성을 엿볼 수 있는 부채비율이다. 정부는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부채비율이 38.5%까지 오르고 내년엔 처음으로 40%대를 돌파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40%대 초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내놓은 2014∼2018 운용계획에서 밝힌 것보다 늘어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평균 100%를 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낮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40%대 부채비율은 부담이다.

기획재정부 송인창 국제금융정책국장은 “S&P가 신용등급을 발표하기 전 관계자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부채비율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기재부의 설명에도 S&P는 올해 우리나라 부채비율을 30.3%로 봤다.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8년 20%대 후반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과거에도 국가부채 비율을 두고 정부와 S&P는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편차가 너무 크다. 3∼6% 포인트 차이가 무려 11% 포인트로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마찬가지다. GDP 디플레이터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판단하는 데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더 정확한 지표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저성장, 저물가 장기화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이 1%대 GDP 디플레이터 성장률이었다. 우리 정부가 2016, 2017년 GDP 디플레이터 성장률을 각각 1.0%, 1.3%로 내다봤지만 S&P는 2.3%, 2.5%로 예상했다. 디플레 우려가 없다는 뜻이다. 수치의 차이는 실업률, 기초재정수지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수치가 나온 데 대해 기재부 측은 ‘계산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제공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S&P는 국가부채 비율 등 세부 항목을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다”고 했다.

국가부채의 경우 S&P는 우리 정부가 부채에 포함시키는 국민연금이 소유한 약 100조원 등을 빼고 있다.

다른 의견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S&P에서 강조하는 순(Net) 부채비율과 달리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계산 방법이 동일해 차이가 날 수 없다”며 “기재부와 달리 S&P가 과거 자료로 계산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S&P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요청을 하면 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40%를 얘기한 뒤 S&P에서 최근 자료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