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벌어지는 이념 갈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 진영은 국정화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을 향해선 “국정교과서가 그렇게 나쁘면 왜 초등학교는 얘기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현재 초등학교는 국정, 중·고교는 검정 교과서를 쓰고 있다.
안 회장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국정 전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 유지’라는 해법도 제시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의 수장이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라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교총은 그동안 교과서 검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국정화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안 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학생은 조금 어리지만 고등학생이라면 다양한 (역사적) 견해를 받아들일 역량이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8종이나 되는 한국사 교과서 수를 줄이고 검정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교총 내부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에 ‘개인적 의견’임을 강조했다.
또 안 회장은 보수·진보 진영의 격렬한 여론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보수는 국정화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진보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마녀사냥 식으로 매도한다”며 “지금은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 극한적인 이념 갈등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회장은 “국정화 여부를 포함해 총체적 역사교육 문제에 대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안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교총 핵심 관계자는 21일 “이사회 등 여러 논의 절차가 남아 있다. 어떤 입장으로 정리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교총은 조만간 국정화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교총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면 보수와 진보의 ‘역사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총은 명예회원까지 포함해 18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유치원, 초·중등, 대학 교원을 아우르는 대형 조직이다. 교육부와 교원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보수 진영에선 ‘국정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성향인 교총마저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면 국정화를 추진하는 쪽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교총 회원 중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정화 반대 여론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시·도교육감 14명, 역사 교수·교사 등에 이어 법학계도 가세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법학자 107명은 21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에 반대하는 법학 연구자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교수 132명도 성명을 내고 “정치권력과 역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국정 교과서는 권력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단독] 안양옥 교총 회장 “보수, 한국사 국정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오해”
입력 2015-09-22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