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당 대표 ‘재신임 파동’이 우여곡절 끝에 21일 종료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 발표문을 통해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재신임 투표를 철회했다.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재신임 투표를 밝힌 지 12일 만이다. 당내 갈등이 일단 ‘휴전’에 들어갔지만 화합과 혁신에 이르는 ‘종전’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표는 재신임 논란으로 당내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와 연계시킨 혁신안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후에도 재신임 투표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자 당은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어 재차 문 대표에 대한 정치적 재신임을 의결했다. 문 대표 지지 세력이 견고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반대 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 ‘세 대결’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내부 투쟁이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연결될지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문 대표가 당내 역학관계에서 비주류를 제압했지만 당내 갈등은 그대로이고, 리더십에 대한 국민 평가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당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계기는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승부수 정치’를 통해 당을 대결구도로 몰아갔다는 지적과 함께, 자신에 대한 비판을 ‘흔들기’로 규정한 것도 소통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주류 진영은 ‘문재인 아니면 대안이 있느냐’는 지적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완패’했다는 평가다. 비주류 의원들은 혁신안을 처리한 중앙위원회와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도 입장이 제각각이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에서 사사건건 문 대표와 충돌했지만 재신임 정국에서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혁신안을 비판하면서도 중앙위에는 끝까지 남아 혁신안 ‘만장일치’ 통과에 힘을 보탰다. 김한길 의원은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말을 남기고 침묵했다. 박지원 의원은 재신임 투표를 찬성했다가 곧바로 말을 뒤집기도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비주류는 친노(친노무현)가 아닌 전부로, 정체성이 제각각”이라며 “강경한 비노 진영의 발언이 ‘과잉 대표’돼 왔다는 점이 재신임 정국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나마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인재 영입 등의 각론을 제시해 향후 ‘문재인 체제’와 경쟁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표가 재신임 파동으로 주도권을 잡은 만큼 책임도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만흠 원장은 “문 대표가 4·29재보선 당시에 보여준 리더십의 문제가 극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야당 지지층과 당 주도 세력의 괴리가 크다. 문 대표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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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2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