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의원 “절대 불용”… ‘선거구 획정’ 예견된 역풍

입력 2015-09-22 02:52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농어촌 지방 주권지키기 모임 소속 염동열 이윤석 권성동 박덕흠 황영철 장윤석 한기호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여 선거구획정위원회 결정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총선 지역구 수의 범위를 정한 데 대해 위헌성까지 제기되는 등 의원들의 반발은 한층 거세진 모양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지 모르는 농어촌 지역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선거구 통폐합 대상 지역에선 ‘이웃 지역구’와의 경계를 정하는 ‘선 긋기 싸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은 9∼10석 ‘증가 수혜’…경북은 2∼3석 감소 ‘전쟁터’=244∼249개로 지역구 수를 정하는 선거구획정위 안(案) 가운데 현행 246개를 유지하거나 249개로 3개를 늘리는 두 가지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이 안대로라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현재보다 9∼10석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인구 하한 미달로 통폐합 대상이 된 지역이 몰려 있는 경북, 전남북, 강원 지역은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경북 지역은 2∼3석 이상 감소할 수 있어 선거구 획정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여권의 ‘거물 정치인’이 포진한 부산 지역도 관심사다. 영도구(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구(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중·동구(정의화 국회의장) 등 3곳이 2곳으로 통폐합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단수의 획정안을 보고하는 법정 시한인 다음 달 13일까지 조정 대상에 오른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촌 지역 의원들, “농어촌 특별선거구 채택하라”=획정위 안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들은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다.

새누리당 15명과 새정치민주연합 10명 등 25명으로 구성된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은 이미 하나로 뭉쳐 ‘지역구 사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인구 하한에 미달해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지역구 26곳 가운데 20곳이 농어촌 지역이어서 이들 지역 의원들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이들은 21일 성명을 내고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에 각 1석 이상의 특별선거구를 채택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어촌·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의석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획정위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인구 하한만을 기준으로 농어촌 지역구를 통폐합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與野서 모두 불만 노출됐지만 입장차는 여전=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획정위 안에 대해 “6개 군이 1개 선거구가 되는 곳이 2개가 되고, 5개 군이 1개 선거구가 되는 곳도 2개가 된다”면서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도시 지역구 면적의 수십, 수백 배에 이르는 기형적 농어촌 선거구의 등장으로 행정구역과 지역대표성 침해라는 위헌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감 일정 때문에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례대표 축소 논의가 반(反)개혁적으로 비쳐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비례대표 축소 주장에 대해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당내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여전히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새누리당 김 대표를 향해 “비례대표를 대폭 축소해 지역구를 지키고자 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비례대표제를 껍데기만 남기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