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철회를 21일 공식 발표하면서 ‘두 번째 죽을 고비’를 넘어섰다. 문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전방위로 ‘혁신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당 원심력 차단을 위한 ‘단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투표로) 당원과 국민 뜻을 묻고자 했지만 당무위원, 국회의원, 당 원로 그리고 혁신위원회까지 함께 나서서 애써주시고 총의를 모아주셨다”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결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도록 하겠다”며 “야권 통합을 위해서도 더 노력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를 향해서도 “진통 끝에 총의가 모아진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존중하고 승복함으로써 단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2003년 11월 창당된 이래 현재까지 지도부가 27차례 바뀌었다. 지도부 평균 수명은 5개월에 불과하다. 그간 ‘지도부 흔들기’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버텨낸 당 대표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문 대표처럼 ‘승부수’를 던져 난국을 돌파한 사례는 흔치 않다.
문 대표는 재신임 철회 입장을 표명하며 당의 혁신과 단합, 야권 통합을 언급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현 지도부 체제 아래 이를 순차적으로 실행한 뒤 총선에서 승부를 걸자는 게 문 대표의 구상이다. 문 대표는 지난 2·8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세 번의 죽을 고비’를 언급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마지막 고비인 총선 승리에 전력을 다할 때”라고 했다.
우선과제는 ‘재신임 정국’으로 잠시 중단된 혁신의 실천이다. 문 대표는 연석회의를 통해 확보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천혁신안을 골자로 한 제도 안의 혁신과 부패척결·인재영입 등 제도 밖의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 인선을 의결하는 등 평가위 구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원장이 공석인 인재영입위원회 정상화도 예정돼 있다. 위원장 영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문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세 가지 혁신 방향에 대해서도 절충점을 찾고 현실화 방안을 고민할 전망이다.
당 단합을 위해서는 비주류를 끌어안는 게 ‘지상 과제’다. 재신임 정국에서 두 진영은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연석회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여전히 ‘우리는 분열적 언행을 한 적이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한 쓴소리였지 대표 흔들기를 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표는 비주류 측 의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지만 ‘뾰족한 수는 아직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관련 문 대표는 “비주류 의원들을 더 많이 포함시키는 특보단이나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논의하는 방안을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문 대표는 이번주 내로 청년세대를 ‘타깃’으로 한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정의당, ‘천정배 신당’과의 야권 통합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 당직자는 “재신임 정국에서 연기됐던 정책·민생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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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2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