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바닥 드러낸 가을 가뭄… 물 말라 피 마른다

입력 2015-09-22 02:34
충남 서북부지역 유일한 식수원인 보령댐이 21일 현재 저수율 24%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저수위를 보이면서 식수원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바닥이 드러난 보령댐 상류지역. 연합뉴스

올 장마철에 비가 적게 내린 탓에 지자체들의 가을 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적 농도(農道)인 전남과 충남의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전남도는 “광주·전남지역에 하루 118만t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암댐 저수량이 예년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올해 장마철 강수량이 예년의 60% 수준에 불과해 심각한 가을 물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21일 밝혔다. 주암댐의 저수량은 가뭄피해가 극심했던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주암댐 수위는 물을 방류하는 곳에서 최근 물고기가 육안으로 보일 만큼 낮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이후 한차례도 여수로 문을 열지 않았다.

수자원공사와 전남도는 주암댐 위기 단계를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전체 5단계 중 ‘관심’에서 하천유지 용수를 제한하는 3단계인 ‘주의’로 높였다고 밝혔다.

용수공급 부족에 따라 국가산업단지 등의 조업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갈수기인 가을에 비가 내리지 않아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하루 정상조업을 못하면 18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다. 주암댐과 같은 수계로 섬진강 상류인 전북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북지역의 6∼8월 강수량은 336㎜에 그쳐 평년 707㎜의 48%에 불과했다.

서천·보령·청양·홍성·예산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의 식수원인 보령댐은 이미 저수량 급감으로 위기 단계 중 마지막 5번째인 ‘심각’단계가 발동됐다.

충남도는 하루 생활용수가 20만t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저수량이 3000만t인 보령댐으로는 몇 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고 10월부터 용수 공급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충남의 6∼8월 강수량은 266㎜로 평년 651㎜의 41%였으며 총 1억1700만t의 물을 담아둘 수 있는 보령댐 저수율은 24%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충남에서는 가을걷이를 앞둔 논의 벼가 말라죽는 염해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충남지역 천수만 간척지 200만㎡ 정도의 논에서 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는 가뭄 극복을 위한 절수운동을 펼치고 제한급수를 막는데 총력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강원도에서는 소양호 상류인 인제지역 어민들이 울상이다. 40년 만에 소양호가 바닥을 드러내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이 6개월 이상 일손을 놓고 있다. 이달 들어 소양호 수위는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하류로 내려갔던 물고기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상청이 9∼10월에도 강수량이 평년과 같거나 적을 것으로 예보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며 “물을 비축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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