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쓸쓸한 가을걷이?… 2007년 이후 첫 동반 PS 탈락 위기

입력 2015-09-22 02:37

2015 프로야구 시즌 막판에 ‘엘롯기’가 다시 모였다. 엘롯기는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앞 글자를 딴 말로,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겪었던 3팀의 애환이 담겨 있다. 이들은 2001∼2008년까지 8년 연속 최하위를 돌아가면서 경험했다. 2007년엔 모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올 시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주간 5위를 지켜오던 롯데가 20일 6위로 밀리면서 3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권 밖으로 밀렸다.

롯데는 9월 초반 6연승을 달리며 순위를 8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최근 송승준, 린드블럼, 레일리를 선발로 내놓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다행히 5위 SK 와이번스와 0.5게임차에 불과해 엘롯기 동맹에서 탈출할 확률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롯데는 이번 주 상위권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다행인 점은 6승7패로 호각세인 두산과 3경기를 치른다는 것이다. 4승11패의 압도적 열세를 보인 NC와는 1경기만 한다. 롯데는 두 팀과의 경기에서 승률 5할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반면 3팀 가운데 쓸쓸한 가을을 보낼 가능성이 가장 큰 팀은 9위에 머물러 있는 LG다. SK와 5.5게임차로 벌어진 LG는 포스트시즌 자력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높은 승률을 올린다 하더라도 롯데와 KIA, 한화 이글스가 일제히 부진해야만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KIA는 벌써 한 달 가까이 5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7위에 처진 KIA가 마지막으로 5위에 오른 건 지난달 27일. 그 뒤로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근래 6경기를 치러 1승5패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1승도 상대 수비의 실책 덕을 톡톡히 봤다. 9월 성적표는 6승10패. 10패 가운데 5위 경쟁 팀에게 당한 게 6패다. 한화와의 4경기, 롯데와 2경기, SK와 2경기에서 딱 2번 이겼다. 승차를 좁히거나 또는 벌릴 수 있는 기회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다 보니 선수들의 상처와 충격은 어느 때보다 컸다.

엘롯기 동맹 해체의 키는 가을 DNA를 보여주고 있는 SK가 쥐고 있다. 지난달 9승16패에 그쳤던 SK는 이달 들어 치른 18경기에서 10승8패를 기록했다. 특히 10승 중 8승을 최근 11경기에서 따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만약 SK가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다면 8년 만에 엘롯기 동반 비극이 재현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